경준위 행사 빅3 불참 놓고 설전… 유력 후보들 우군 확보에 신경전정진석 "멸치와 돌고래 같나"… 이준석 "선거 치르는 데 문제 없어"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를 접견하고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를 접견하고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본격적인 대선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의원 간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마련한 행사를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비판하자 이준석 대표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하면서다.

    윤석열·최재형 등 유력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지기반을 확보하자 당내에서 힘겨루기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진 정진석 "경선 주인공은 지도부 아닌 후보들"

    '친윤석열'로 불리는 정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 자란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다.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전날 국회에서 당 경준위 주도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다. 경선 룰 등에 관해 후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군소 후보들에게 언론 노출 기회를 마련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윤석열·최재형·홍준표 등 이른바 '빅3'가 휴가와 지방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의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후보들은 푸른 등을 반짝이며 바다를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싱싱하게 삶의 현장으로 뛰어야 할 때"라며 "대선 후보들을 죽 늘어세워 놓고 함께 서 있는 모습, 3040 후배들이 내게 보내온 메시지는 냉담하다. '잔칫상에 몇 번 오르내린 잡채를 먹는 느낌' '구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멸치·고등어·돌고래는 생장조건이 다르다. 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 의원은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尹·崔는 '돌고래' 나머지 후보는 '멸치' 비유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 등 거물급을 돌고래로, 군소 후보들을 멸치로 비유해 각자 일정을 진행하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당 행사 등으로 속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각 후보는 저마다 거미줄 같은 스케줄이 있고, 일정을 취소할 수 없는 형편이고, 자꾸 중앙당이 갑자기 부를 일이 아니다. '후보자 편의주의'가 돼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필요 이상으로 대선 후보들을 관리하려다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작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 하냐'고 할 분들이 지금 와서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 보인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전당대회 때 룰 관련해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당에서 오라는 이벤트 하나도 안 빠지고 다 가도 선거 치르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당 대표선거 당시 자신이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도 당선됐다는 것을 환기한 것이다.

    이준석 "멸치와 돌고래 공정하게 대할 것"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정 의원이 자신을 비판한 것을 담아두지 않고 윤 예비후보를 비롯한 모든 후보를 위해 당을 이끌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선 시작 전부터 나오는 잡음을 관리함으로써 리더십 부족이라는 지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글에서 "저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돌고래가 다쳤을 때 때린 사람 혼내주고 약 발라 주는 것도 제 역할이고, 멸치가 밖에 나가서 맞고 와도 혼을 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대표정무실장도 페이스북에 "경선 버스 출발에 앞서 중앙당과 당 대표는 버스 출발을 알리고 붐업도 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거들었다.

    당내에서 지도부와 중진 간 신경전이 벌어졌으나 예비후보 측은 당과 소통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와 후보가 결국 발 맞춰 뛰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미리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지 못해 당 행사에 불참했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윤석열 대선 캠프 신지호 정무특보는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캠프 내부적으로는 윤 예비후보 단독 플레이가 아닌 젊고 미래지향적인 이준석 대표와 쌍끌이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며 "(일정이) 며칠 맞지 않았으나 이런 모습이 계속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