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숙, 1992년 법무법인 부산 찾아가 29년간 인연… 文 "김외숙 경질" 야당 요구 외면
  • ▲ 김외숙 인사수석이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철희 정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김외숙 인사수석이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철희 정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박준영 해양수산부장관후보자가 13일 '부적격' 논란으로 결국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인재영입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 청와대 발 '인사파동'의  배경에는 김외숙 인사수석을 향한 문 대통령의 맹목적 신뢰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년을 유지해온 두 사람의 인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계기와 관련해 "인사 과정에서 야당이나 또 여당 내부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가 있어서, (문 대통령)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신 대로 국회에 의견을 구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신 결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임명이 안 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세 분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지명을 하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본인이 그런 (자진사퇴) 결단을 해줘서 대단히 고맙기는 하다만 마음이 짠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박 후보자 발탁 배경으로 "최고의 능력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야당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노형욱 후보자도 "국토부 아닌 외부에서 찾으면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과연 누가 있을까, 고심했다"고 치켜세웠고, 임혜숙 후보자 역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훌륭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은 인사수석실의 인사 발탁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사수석실 기능 옹호한 文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11일 임혜숙·노형욱·박준영 장관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 사실상 임명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능력을 보고 뽑았으니 도덕성 흠결은 절대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후 국회의 의견을 수렴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게 "여당의 국회의원들, 심지어 야당 국회의원들이 전달해 온 여론은 대체적으로 한 명 정도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의견)"고 보고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것을 결론을 내놓고 임하지는 말자. 여당과 야당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서 판단하자"면서 지명철회를 미뤘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결론이 나면서 문 대통령 스스로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여당 내에서도 낙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인사파동'이 일었지만, 책임질 사람은 없는 셈이다.

    야권에서는 고위공직자 영입을 담당하는 김외숙 인사수석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참사 제조기라 할 수 있는 김외숙 인사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며 "대통령 뜻만 헤아리는 코드인사 덕에 최장수 수석을 지내는 김 수석이 결국 문재인정권의 엑스맨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하나같이 부적격자만 골라내"

    김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격자만 골라냈는지 기가 막힌다"며 "완전히 인사가 무너졌음에도 부끄러움이나 반성조차 없는 모습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김 수석이 버티고 있는 한 인사참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도 2015년 야당 대표 시절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부적격 논란이 일자 청와대를 향해 "도대체 무엇을 검증했는지, 검증을 하긴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총리후보자 추천과 검증에 세 번이나 실패하고서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청와대의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진다"고 비난한 바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의 6년 전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형국이지만, 청와대에서 '책임지는 사람'으로 지목되는 김 수석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김 수석 거취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수석을 향한 야권의 경질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 ▲ 법무법인 부산 변호사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외숙 인사수석(첫째줄 왼쪽부터). ⓒ연합뉴스
    ▲ 법무법인 부산 변호사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외숙 인사수석(첫째줄 왼쪽부터). ⓒ연합뉴스
    김외숙 "문재인 변호사가 날 흔쾌히 맞아주었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과 1992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해 29년째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다. 김 수석은 2012년 7월 대한변협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에 와서 변호사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M(문재인) 변호사 때문이었다"며 "노동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불쑥 찾아간 나를, 그는 흔쾌히 맞아 주었다"고 문 대통령과 인연을 소개했다.

    김 수석은 2017년 문재인정권이 들어서자 초대 법제처장을 맡았고, 남북정상회담 후 "평양공동선언은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친정권 성향을 드러냈다.

    이후 김 수석은 2019년 5월 인사업무를 다룬 경험이 없음에도 인사수석으로 영전했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업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김 수석이지만, 2년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은 총 29명으로 늘어났다.

    김 수석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논란이 일었을 당시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현재 청와대 실장·수석급 16명 가운데 이호승 정책실장 다음으로 근무기간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