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벌어지며 '김원웅 멱살' 상벌위 파행… 광복군 후손 장안회·개혁모임 등 "김원웅 사퇴" 촉구 회견
  • ▲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아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김임용 씨가 2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붕준 상해임시정부 의정원의장 손자다. ⓒ정상윤 기자
    ▲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아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김임용 씨가 2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붕준 상해임시정부 의정원의장 손자다. ⓒ정상윤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을 둘러싸고 광복회의 내홍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 회장의 멱살을 잡은 광복회원 김임용(69) 씨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23일, 일부 회원들은 김 회장의 사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임용 씨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한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다. 이날 김임용 씨 징계를 논의하기로 한 상벌위원회는 김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파행했다.

    광복회개혁모임·광복회정상화본부·한국광복군제2지대장안회 등의 단체들은 23일 오전 10시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의 정치편향 및 인사전횡에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원웅 멱살' 회원 징계 논의에 반발 집회… "김원웅 독립정신 왜곡"

    광복회개혁모임은 '광복회장 김원웅 규탄 및 사직 촉구 성명'을 통해 "정치인 출신 김원웅은 광복회장이 된 후 순수한 독립정신을 왜곡하는 기고만장한 돌출언행으로 규탄의 대상이 되었고, 국민 분열과 회원 편 가르기를 일삼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규탄했다.

    개혁모임은 "김 회장이 회장선거 시 가가호호 방문, 금품 살포, 대의원 회유 등 각종 불법·부정선거를 자행했다"면서 "회장이 된 이후에도 '빨갱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 다음에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등 정치적 언행을 그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김 회장이 유독 특정 정당 정치인 여러 명에게 광복회 포상을 하는 등 정치중립을 명시한 정관을 서슴없이 위반하는 작태를 보여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회원들을 '토착왜구'라 칭하며 유례 없는 징계를 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모임은 "김 회장의 지속적인 일탈행위로 인한 광복회를 해체하라는 원성과 지탄은 광복회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더 이상 김 회장의 오만과 독선을 묵과할 수 없다. 사직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외쳤다.

    광복군장안회는 따로 낸 성명을 통해 김임용 씨를 대상으로 한 상벌위 개최를 비판했다. 장안회는 "김 회장이 독립지사들의 이념인 자유대한민국을 부정하며 광복회를 전횡의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을 인내하다 못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며 "독립지사 후손을 징계하는 것은 독립지사 영령들과 후손들에 대한 인격살인으로, 광복군의 민족정신과 자주독립, 자유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 ▲ 김임용 씨가 2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입장하며 경찰에 저지당하자 독립유공자 유족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임용 씨가 2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입장하며 경찰에 저지당하자 독립유공자 유족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몸싸움·고성·욕설 난무… 상벌위 10분 만에 폐회

    앞서 광복회 상벌위 측은 "김임용 씨가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은 것은 광복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으로, 관련 정관·상벌규정에 따라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김씨에게 상벌위 출석을 통보했다.

    상벌위 개최 시간이 다가오자 광복회 관계자들과 회원들 간 충돌로 광복회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임용 씨가 "기자들과 회원들이 다 함께 올라가자"고 종용하자 광복회 관계자들이 이를 막으면서 충돌을 빚었다. 

    김씨는 "상벌위에 광복회 위원 8명이 참석하는 반면, 나는 혼자라 겁박당하는 자리가 될 수 있어 무섭다"며 회원들의 동석을 요구했고, 광복회 측이 김씨 외 다른 사람의 출입을 막으면서 몸싸움과 고성이 난무했다.

    상벌위가 열릴 예정이던 광복회관 4층에서도 김씨와 회원들, 이를 막으려는 광복회 관계자들이 약 40분간 대치하며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광복회 관계자들과 회원들 간 대립이 심화하자 집회를 관리하던 경찰이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다. 

    그러나 광복회 측이 김임용 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회의는 개최 10분도 안 돼 마무리됐다. 광복회는 결국 오는 28일 오전 2차 상벌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임용 씨는 상벌위 후 "광복회 측처럼 우리도 카메라를 한 대 대동하고, 더 넓은 자리로 옮겨서 진행하자 했더니 거절하며 결국 폐회했다"며 "모든 문제가 국민에게 드러나는 게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임용 씨는 또 김 회장을 향해 "광복회 8000명 동지의 자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김 회장이 그만둘 때까지 멱살 잡히는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