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축하영상… 동맹 바이든보다 시진핑과 먼저 비대면 회의"아시아 국가들,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 실천해 왔다… 포용 상생의 길" 극찬'백신 확보'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시진핑 외교정책 구동존이 강조… 부적절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에서 열린 2021 보아오포럼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모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에서 열린 2021 보아오포럼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모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중국에서 '보아오포럼 연차총회'가 열리자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다양한 코로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성원을 보냈다. 

    다음달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백신 확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친중(親中)' 행보의 적절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개막식 축사영상을 통해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님, 세계 각국의 지도자 여러분, 보아오포럼 창립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들은 보아오포럼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고 전제한 문 대통령은 "구동존이는 포용과 상생의 길이며 인류 공동의 위기인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도 중요한 가치이자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의 '구동존이'는 시진핑 주석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사자성어다. 시 주석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구동존이를 강조했다.

    "RCEP 통해 경제협력 속도 높이길"

    문 대통령은 "지난해 체결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통해 역내 경제협력의 속도를 높이고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 회복과 자유무역 발전이 이뤄지기 바란다"며 "한국은 보아오포럼 창립국이자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보아오포럼은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민간기구다. 이날 정상 간 비대면 화상회의에 참여한 국가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뉴질랜드·싱가포르·캄보디아·몽골 등 7개국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유일한 미국의 동맹국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축사에서 중국의 백신 지원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RCEP를 중요하게 치켜세운 것은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백신 얻은 日은 보아오포럼 불참

    특히 국내의 백신 수급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백신 추가 확보를 위한 외교적 사활이 걸린 다음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골적 '친중행보'를 보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국과 정상외교로 백신을 얻어낸 일본은 '중국 견제'에 한목소리를 냈으며, 보아오포럼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22∼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대면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보아오포럼 화상회의 참석으로 시 주석과 먼저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 주석은 이날 개막식에서 "세계는 패권이 아닌 정의를 원하며, 신냉전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반대한다"면서 "각국은 상호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보다 중국과 먼저 접촉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4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에 앞서 1월26일 시 주석과 통화했다. 당시 인민일보는 문 대통령의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의 외교력 성적표는 이번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좋은 백신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에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진력을 쏟아야 한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