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설' 신상철 씨 진정에 재조사 착수… 前 천안함 함장 "만우절 거짓말인 줄… 강력대응"
  • ▲ 문재인 대통령이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참배한 후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참배한 후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 원인과 관련해 재조사 착수를 결정하자 생존 장병들이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군 사망 사고 관련 진정 접수 마감을 앞두고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진정이 접수되자 내부검토를 거쳐 조사 방침을 정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는 '천안함은 북한에 의한 폭침이 아닌 좌초'라는 설을 꾸준히 제기하고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신상철 씨의 진정에 따른 것이다. 

    규명위는 신씨가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며, 진정이 접수된 뒤 법령에 따른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재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2010년 5월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그해 3월26일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신씨는 이후에도 침몰 원인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음모론에 1심 유죄 신상철, 文정권 들어 무죄

    이에 신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6년 2월 1심에서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았으나, 문재인정권 4년차인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신씨의 진정을 바로 각하하지 않은 위원회 결정에 반발했다. 이들은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의 사건·사고를 조사해야 하는 위원회가 유족도 아니고 '좌초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신씨의 진정을 일단 수용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은 이날 천안함 재조사 소식을 접한 뒤 페이스북에 "나라가 미쳤다. 46명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며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올렸다.

  • ▲ ⓒ전준영씨 페이스북
    ▲ ⓒ전준영씨 페이스북

    천안함 함장 출신 최원일 예비역 대령도 페이스북에서 "만우절 거짓말이겠지 했는데 (결국) 진상규명위를 항의방문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며 "사건 진행 즉시 중지, 사과문 발표, 청와대 입장문 및 유가족·생존 장병에 대한 사과 조치가 없으면 강력대응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천안함 피격사건 관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며, 그동안 일관된 입장을 변함없이 표명해 왔다"고 말했다. 아직 북침 결론이 뒤집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명위 상임위원인 탁경국 변호사의 '정치편향적' 이력을 감안하면, 재조사 결과 실제로 북침 결론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호남 출신인 탁 변호사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소추위원 대리인으로 활동했고, 201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팀 특별수사관을 지냈다.

    국민의힘 "천안함 용사 죽음 욕보이는 정권"

    야권에서는 "용사들의 숭고한 죽음조차 폄훼하는 '천안함 전사자 사망원인 재조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용사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아직도 달라지지 않고 있는 가해자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재조사 요구 진정'을 핑계로 천안함 용사들의 죽음을 욕보이고, 나아가 사실상의 부관참시를 하겠다는 이 정권의 무도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신상철 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이미 결론난 천안함 용사들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다는 것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체 이 정권은 어느 나라 정권인지 묻고 싶다. 용사들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