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등록 나흘 앞두고… 연일 상대 후보 비난하며 '티격태격'TV토론 4시간 전에 방식 논의키로… 여론조사 문항 이견도 못 좁혀
  • ▲ 오세훈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 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 오세훈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 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4·7 서울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여 정권교체를 원하는 지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후보등록 마감일(19일)이 나흘 남은 가운데 양측이 TV토론 횟수와 일정 등에는 합의했지만,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지지율이 동반상승하자 두 후보가 단일화 없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협상 난항

    양측 실무협상단은 1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국회에서 협상 후 "16일 오후 5시30분 80분간 TV토론을 열기로 했다"며 추가 TV토론에 관해선 "여론조사가 17~18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내일만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그러나 TV토론 방식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양측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TV토론 당일인 16일 오후 1시에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협상으로 TV토론 시작 4시간30분을 앞두고도 방식과 관련한 협의를 해야 하는 셈이다.

    17일부터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2개 기관에서 진행하기로 했으나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해서는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오 후보 측은 '서울시장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선호하고, 안 후보 측은 '여당 후보에 대응한 경쟁력'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무협상단은 "(여론조사와 관련해) 여러 협의를 했으나 발표할 사항은 아니다. 내일 오후 1시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권 단일화 협상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자 서울시정 교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권력욕에 그럴 줄 알았다" "이러다 박영선 어부지리에 안·오 정계은퇴 예상" "단일화 얘기 지겹다" 등 '답답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오 후보는 단일화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라며 "요즘 LH 사태 덕분에 지지율이 올라간다 싶으니까 3자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전날 오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늘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로의 단일화는 내년 대선에서도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적은 데 따른 반박이다.

    안 후보는 이어 "저는 출마선언 이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야권이 함께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작년에 야권이 힘들 때 어디 계셨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분이 저보고 야권 분열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저뿐만 아니라 문재인정권에 대항해 함께 싸운 모든 분들에 대한 모독이다. 아무리 급해도 단일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종인 "安,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

    국민의힘도 안 후보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토론을 피하는 협상이라는 것은 이뤄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의당 측이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당명과 기호를 빼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투표용지에 어느 당, 기호 몇 번 써 있다. 그걸 다 빼자는 것이 상식에 맞는 소리인가"라며 "그렇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 뭘 출마하려 하나"라고 질타했다.

    오 후보도 곧바로 "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외곽의 유력 주자가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분열될 것"이라며 "또 다시 단일화를 위해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정권 탈환 실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3자대결서도 與 박영선에 우세

    이 같은 양측의 신경전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영선·오세훈·안철수 후보 간 3자대결에서도 오 후보가 앞서는 결과까지 나왔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자대결에서 오 후보는 35.6%로 박 후보(33.3%)에 2.3%p 차이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안 후보는 2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양자대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박 후보에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경우 박 후보(37.4%)와 가상대결에서 54.5%를 얻어 17.1%p 차이로 앞섰다. 안 후보가 됐을 경우 55.3%로 37.8%의 박 후보에 17.5%p 우세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