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력·수력 현대화사업에 7.7조원 투자"… 총리실 산하 '경사연' 보고서 파문"민간은행 끌어들여 자금 마련, 北 전체 발전량의 18% 전력 생산"… 혈세지원 논란
  • ▲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보고서
    ▲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보고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020년 9월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사업에 민간은행을 끌어들여 7조7188억원 투자를 추진하는 내용의 연구문건을 만든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 문건에는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정부가 북한 측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진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을 위한 정책 제안도 포함됐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받은 397쪽 분량의 '친환경·저탄소 남북 에너지협력 추진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연구회는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 방안으로 ▲화력발전(2조9235억원) ▲수력발전(2조2052억원) ▲순천지역 연탄공장 건설(734억원) ▲석탄광 현대화사업(2조5167억원) 등을 제시했다.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총투자비는 7조7188억원으로 추정했다. 사업자금은 국내 발전회사와 민간은행 등이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가 투자비를 조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연구회는 이를 통해 2017년을 기준으로 한 북한 전체 발전량의 18%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회가 제시한 화력발전 방안은 1980년대에 준공된 노후 화력발전소를 개·보수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이다. 북한의 청진화력과 북창화력 등 7개 발전소 41호기 295만KW 시설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수력발전 방안은 81개 발전소, 185호기, 총용량 3988MW의 노후 수력발전소를 노후도 등급별로 개·보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대북 화력발전소 지원은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 폐지를 천명한 현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2020년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현재 60기인 석탄화력발전소를 2032년까지 30기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북한 전역에 15만t급 연탄공장 27개 건설"

    연구원은 북한 민생 에너지 개선을 위해 지역별 인구·가구·원료입지조건 등을 고려해 북한 전역에 15만t급 연탄공장 27개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활한 연탄 공급을 통해 북한의 가정용 에너지 사용량을 메우겠다는 의미다. 또 연구회는 북한의 주요 대형 석탄광 18개를 현대화하는 데 2조45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에서 생산한 석탄을 받아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한국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투자비를 조달하고, 북한으로부터 상환받은 석탄으로 비용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상환받은 석탄은 국내 소비회사에 판매해 수입품을 대체하며, 특수목적법인은 석탄 판매수입으로 차입자금을 상환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석탄은 북한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생산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석탄 등 현물을 상환하는 것은 환차손과 송금 관련 규제 등을 회피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밝혔다.

    6개 공기업·국책연구원 참여

    문건 작성에는 6개 공기업과 국책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는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 연구기관으로 참여했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산업은행·한국전력기술·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협력 연구기관으로 공동참여했다.

    문건에는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에 관한 언급도 여러 차례 나왔다.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는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 실현을 위한 세부정책과제로 포함되어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이라는 국정과제 실현의 가능성 제고 측면에서도 상호 연계되어 추진될 필요가 있음" 등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에게 신경제구상과 관련한 신·재생에너지 협력, 화력·수력 발전소의 개·보수사업 등의 내용이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건넨 바 있다.

    구자근 "'한반도신경제' 실질적 로드맵인가"

    구 의원은 "문건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전달한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인지 중요한 관심 대상"이라며 "총리실 산하기관이 북한 에너지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자는 연구문건을 생산한 경위와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해당 연구용역은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의 에너지사업을 구체화한 연구문건이라고 볼 수도 없다"면서 "용역 선정과 진행 과정에서 통일부와는 일체 사전협의가 없었으며, 연구 결과물 공유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해당 문건과 관련, 타 기관으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너지연구원 등과 함께 협동 연구과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