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요구로 40분간 통화… 靑 "시 주석과 신년 인사, 바이든 취임 축하와 성격 달라"혈맹 美보다 6·25 적국, 中 먼저 챙긴 모양새… 中 '시진핑 방한 文 요청' 보도 안 해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혈맹인 미국보다 과거 6·25전쟁 당시 적국이었던 중국을 먼저 챙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요청으로 26일 오후 9시부터 40분간 통화하고 양국의 교류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시 주석과 통화는 신년 인사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는 취임 축하로 각각 다른 사유"라며 "성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靑 "바이든과 통화도 조속히 추진"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일정과 관련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조율했기 때문에 조만간 알려드리지 않겠나"라며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것이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후 캐나다·멕시코·영국·프랑스 등 전통적 동맹국가 정상과 통화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도 통화하며 '동맹 복원' 행보를 가속화할 계획이었다. 

    이런 와중에 시 주석이 선제적으로 미국보다 앞서 한국에 정상 통화를 요구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 내용은 중국 매체들의 보도와 결이 달랐다. 중국 매체는 한·중 경제협력과 다자주의를 강조한 대신, 시 주석의 방한이나 북한 문제 관련 대화는 공개하지 않아 양국이 '동상이몽'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 2단계 담판을 빨리 마무리 짓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서둘러 발효시키며,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빠르게 진행하자"고 말했다.

    文 "중국 국제적 지위·영향력 나날이 강해져"

    신화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은 나날이 강해졌다. 두 번째 100년(2049년 건국 100주년) 분투 목표의 실현을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언급했다. 이는 청와대 발표에 없던 내용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강인한 영도하에 중국이 방역에 성공하고 전 세계 주요 경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거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중국 매체는 시 주석의 방한이나 북한 관련 대화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조기 방한을 기대한다"고 언급하자, 시 주석이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뵙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또 시 주석이 "북한이 8차 노동당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며 "비핵화의 실현은 (한중)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남북·북미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시진핑, 美 겨냥 "작은 파벌" 신경전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겨냥해 "작은 파벌을 만들거나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것은 세상을 분열로 몰아넣을 뿐"이라며 "대립은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질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중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이 언급한 '작은 파벌'은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동맹과 함께 형성하려 하는 '반중전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축"이라며 대중 강경노선 동참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경비함이 백령도에서 40㎞가량 떨어진 해역까지 접근해 군사적 영역을 과시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항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