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피해자 지원할 수 없어" 여가부 주장에… 법조계 "성폭력 피해자 보호가 여가부 임무"
  •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측이 지난해 8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측이 지난해 8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여성가족부에 "2차 피해를 막아달라"고 두 차례나 요청했으나 모두 묵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별 피해자 지원에 정부가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여가부의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피해자의 지원 요청을 묵살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21일 서울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와 공동변호인단은 지난해 10월13일과 12월28일 두 차례에 걸쳐 여가부에 2차 피해 차단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지속되자 정부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18조 3항은 '국가와 지자체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데 따른 조치였다.

    여성폭력방지법, '국가 2차 피해 최소화 조치 취해야 한다'고 규정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자 실명과 소속 부서를 공개했고, 지난달에는 민경욱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 등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여가부로부터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1차 요청에는 노력하겠다는 답만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여가부가 성폭력 피해자가 많은데 중앙부처가 개별 피해자들을 일일이 지원해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18조 3항과 관련 여가부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체가 여가부인지, 여가부가 맞다면 개별 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부터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지칭하고, 제대로 된 견해도 내놓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를 담당하는 주무부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 여가부의 대응을 놓고도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여가부는 법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며 "당연히 2차 피해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피해자 요청에 답조차 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여가부 "중앙부처가 개별 피해자 일일이 지원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이와 관련 여가부는 지난 2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지난해 7월14일 전 서울시장 사건 발생 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성명을 통해 “인터넷상에서의 피해자 신분 노출 압박 등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같이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7월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 등에 따른 현장점검 시 2차 피해 방지 조치 등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하였으며(‘20.11.6. 보도자료 배포) 이 대책에 성폭력 등 피해자 보호조치 법정 의무화 추진 등 ‘2차 피해 예방 등 피해자 보호·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내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다만 2차 피해 방지 관련 규정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는 개별 피해자 지원에 나설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