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획-조직적으로 자행된 비인도적 행위… '주권면제' 인정할 수 없어"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법원이 8일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이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리고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반인도적 행위에는 '주권국가는 타국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소송에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국제 관습법인 주권면제가 이 사건에서도 적용돼 법원이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지가 문제됐다"고 전제한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고에 의해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 국제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주권면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재판부는 "원고들이 배상을 받지 못한 사정을 볼 때 위자료는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비인도적 행위에 주권면제 적용 안 돼"

    배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가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를 강제차출한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위자료 각 1억원을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했고, 법원은 2016년 1월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이후 법원은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하고 지난해 4월 소송 제기 4년 만에 첫 재판을 열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이 소장을 받지 않고 재판에도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하고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중 가장 먼저 나온 판결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대리하는 또 다른 위안부 관련 소송은 오는 13일 1심 선고를 앞두었다. 

    배 할머니 등의 소송을 대리한 김강원 변호사는 판결 후 "정말 감개무량하다"면서 "강제징용과 1965년 한일수교에서 해결됐는지에 대해 의견이 좀 있는데, 위안부는 (당시)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손배소에서 받아들인 것은 예상이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위자료 지급 집행 과정은 한국 정부가 논리필연적으로 협의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