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 간첩 사건도 총지휘, 수장은 공석… "검찰 손발 자르려는 목적" 우려
  • ▲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경찰 수사부서를 총괄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가 4일 현판식을 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수장이 공석인 '반쪽' 출범인 상황에서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 국수본이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일 경찰청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장, 국수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수본 현판식을 가졌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의 수사 기능을 총괄지휘 감독하는 기관이 공식 출범한 것이다.

    4일 국수본 현판식… 경찰 수사 기능 총괄지휘 기관 공식 출범

    국수본은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속으로 간첩을 포함한 모든 사건의 수사를 총괄지휘한다. 대부분 형사 사건의 1차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핵심기구가 되는 셈이다.

    국수본 출범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후속작업으로, 경찰청장의 기존 권한을 국수본부장과 나눠 경찰권을 분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청장은 현판식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지 않으며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공감받는 수사, 공정성과 책임성을 갖춘 전문 수사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수본이 이름값을 할 것인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우선 국수본이 경찰청 소속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국수본을 대상으로 한 인사나 예산 관련 권한이 경찰청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는 결국 경찰 부서개편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무런 사법 통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국수본 출범은 경찰 비대화의 한 모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상대적으로 검찰에 비해 경찰은 정치권력의 영향력이 미치기 쉬운 점을 감안할 때 국수본이 권력기관의 시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보듯 국수본과 관련해서도 정권 입맛에 따라 인사를 강행하면 그만이라는 의미다.
  • ▲ 김창룡 경찰청장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여기에 최근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사건 내사종결에 따른 '봐주기' 수사 논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부실수사' 논란 등이 잇따르면서 수사역량에 관한 부정적 시각도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이제는 국수본 내부에서 실력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며 "국수본 수사 과정에서 국민 신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돈다.

    경찰청 소속... 국수본 독립성 우려

    관할 및 업무 충돌로 인한 혼선 우려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단순한 가정폭력이 아닌 살인 또는 과실치사가 벌어진 사건의 경우 국수본과 자치경찰의 관할이 겹치게 된다"며 "중요 사건에 따라서는 서로 수사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은 사건은 서로 떠넘기는 등 실무상 혼선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은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국수본부장이 공백인 상태가 장기화하면 국수본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이 본부장대행을 맡았지만, 국수본 업무 특성상 본부장이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대리체제의 한계는 뚜렷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찰 안팎에서는 국수본부장 공모가 지난 1일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본부장 인사는 이르면 다음달께 단행될 것으로 본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대변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한국판 FBI(연방수사국)로 불리는 국가수사본부가 공식 출범했다는 평이 있으나 미국의 연방수사국 체계와 조직 운용에 비하면 수장도 없는 상태인 이 국수본이 정말 제 역할을 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유 변호사는 "특히 국수본은 수사종결권까지 가지고 있는데 태생부터가 검찰의 손발을 자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경찰 조직이 검찰보다 수사 자체를 뛰어나게 잘해서가 아니라는 점이 국민 인권과 수사 능력의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