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비토권" 강조하더니 입장 바꿔… 국회가 응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어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재가를 강행했다. 야당에서 반대의 뜻을 밝힌 김 후보자를 임명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재가 사실을 전하며 "인사청문요청안은 오후 4시20분경 국회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청와대가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문 대통령의 이날 재가는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존중했던 자세를 뒤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문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회동 뒤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께서 '공수처 관련법은 사실상 야당이 비토권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가 기한인 오는 23일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이에 국회가 응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그대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공수처장, 타 기관 수사 사건도 독점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 전체 규모가 7000여 명에 이른다.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 가족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며, 검찰·경찰 등 타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범죄사건도 요청하면 넘겨받을 수 있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김진욱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등을 문제 삼는 상황이다. 

    김 후보자는 2017년 문재인정부의 초대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했다 경쟁자인 황희석 변호사에게 밀려난 바 있다. 게다가 그는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이다.

    국민의힘 "묻지마 공수처는 '친문 청와대사수처'"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와 만났을 때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 인물로 하겠다'고 약속하더니, 야당 추천위원의 추천권마저 원천박탈하며 여당 주도로 후보 추천을 강행했고, 끝내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을 공수처장에 내정했다"고 비난했다.

    최 대변인은 "조만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감사 방해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의혹 사건을 '공직자수사처'가 앗아가는 순간, '청와대사수처'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도덕성도, 실력도 검증 안 된 '묻지마공수처'는 고위공직범죄수사처가 아니라 '친문청와대사수처'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