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근 작가 "정지영 감독, '스태프 처우 개선용' 영진위 지원금 빼돌려"
  • '부러진 화살'이나 '남영동 1985', '블랙머니' 같은 사회 고발성 영화를 만들어 입지를 다져온 정지영(74·사진) 감독이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지급된 영상진흥위원회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31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 이달 초 정지영 감독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당초 고발된 혐의(업무상 횡령, 사기, 보조금 관리법 위반) 가운데 일부는 범죄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공소시효를 넘긴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현근 "정지영 감독, 장기간 스태프 혹사시키고 임금 착취"


    정 감독을 고발한 장본인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각본을 맡았던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 한 작가는 "정지영 감독이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했다"며 지난 8월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를 통해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를 업무상 횡령 및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의 아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제작사다.

    이 고발장에서 한 작가는 "정지영 감독 등이 2011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부러진 화살'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일부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프로듀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고, '남영동 1985'을 찍을 때에도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를 제작사 대표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폭로했다.

    한 작가는 "영화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정지영 감독의 아들 정상민 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감사는 배우자가 맡고 있는 가족회사"라면서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 감독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작가는 "원래 '부러진 화살'의 각본은 저 혼자 썼는데, 정지영 감독의 강요로 부득불 정 감독을 '공동 각본자'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영화는 이미 개봉됐지만 잘못된 크레딧을 바로잡아 영화계에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상민 "한 작가가 오해한 듯… 임금지급·보상, 제대로 이뤄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 감독의 아들이자 아우리픽처스 대표인 정상민 대표이사는 "'부러진 화살'이 흥행한 이후 제작사 수익의 60%를 배우와 스태프들이 나누는 등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신경썼다"며 "한 작가님이 뭔가를 잘못 기억하거나 오해를 하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24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부러진 화살'은 임금이나 제작비를 착복할 정도로 큰 예산의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 규모의 아주 작은 영화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관련해 스태프 모두가 공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놓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를 받을 것이고 혹시 몰랐던 부분들을 팩트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러진 화살'을 단독 집필했다는 한 작가의 주장에 대해선 "감독님과 작가님의 작업 과정을 지켜봤을 때 그 주장은 과한 주장이라 생각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한 작가님이 제작사와 감독님 쪽에 단 한번도 문제를 제기하시거나 이야기를 하셨던 적이 없기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당황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