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공수처장 새 후보 추천" 요구하며 회의 연기… 시간 필요한 야당도 일단 수용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18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회의 연기와 새 후보 추천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추 장관이 낙점한 후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공수처장에 자신의 안전을 담보해줄 '포스트 추미애'를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추미애, 돌연 추천위 연기, 새 후보 추천 제안 왜?

    지난 18일 5차 추천위 회의에 참석했던 한 추천위원은 21일 통화에서 "여당에서 공수처장 추천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회의에서는 추 장관이 새 후보를 충원하자고 하고, 회의를 연기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추 장관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둔 후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5차 회의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의 사임을 거론하며 결원을 보충하고 회의를 속개하자고 주장하며 새로운 공수처장후보군 충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고 개최된 첫 추천위에서 후보 추천을 강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종일관 공수처 신속 출범 방침을 고수하던 추 장관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야당도 추 장관의 회의 연기 제안이 싫지 않았던 모양새다. 추 장관 덕분에 공수처와 관련한 법적 대응 준비와 전략을 고심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안하무인의 추 장관이 자신을 위해서 그런 제안을 했겠지만, 우리로서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며 "공수처 출범에 대한 전략을 고민할 시간은 일단 벌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천위는 오는 23일 오후 6시까지 새로운 공수처장후보자를 추천받고, 24일 결원이 된 야당 몫 추천위원을 충원한 뒤 오는 28일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야당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더라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한국법학교수회장 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직권으로 위촉하고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野 "공수처장은 추미애 정치생명과 직결"

    추 장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도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게 되는 공수처장후보 추천에 따르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자신에게 칼을 겨눌 수 있는 힘을 가진 공수처장 임명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위법을 저질렀고, 판사 출신인 추 장관이 자신의 과오를 모를 리 없다"며 "공수처장이 누가 될지는 추 장관의 정치생명과 맞닿아 있다고 봐야 한다. 추 장관으로서는 자신의 안전을 담보할 포스트 추미애를 공수처장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공수처장이 고위공직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 만큼 권한이 막중하다고 지적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의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공수처장이 정치인 생명 좌지우지 가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장은 반(反)공수처장 인물 사건에는 과도한 수사를 지휘하고, 친(親)공수처장 인물 사건은 뭉개버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며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서도 정권에 위협이 되면 사건을 모두 이첩받아 뭉갤 수도 있다. 공수처장이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국회의장·국회의원·대법원장·검찰총장·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 등과 이들의 가족이 저지른 직무 관련 범죄다. 추 장관은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이 중 공수처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대상은 사법부와 수사기관인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만 해당된다. 

    문제는 고위공직자가 공수처장 입맛에 따라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A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가 있어도 공수처가 수사하지 않으면 A공직자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런 이유에서 추 장관이 새 처장 후보 추천을 제안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