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미국 추종 말라" 미국엔 "핵군축 대화하자" 양다리 도발…수위는 조절할 듯
  • ▲ 지난 11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1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정보기관이 2021년에도 북한의 대남·대미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정은이 한국에게는 “미국을 추종하지 말고 남북 합의를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게는 “새 정부는 우리와 새로운 대화(핵군축 협상)를 하자”는 신호를 주려 도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한코로나·풍수해로 경제 실패한 김정은, 최대 과제는 체제 수호

    일본 법무부 산하 정보기관 ‘공안조사청(PSIA)’은 지난 17일 ‘2021년 내외정세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북한에 대한 전망은 특집 분석에 이어 앞 부분에 실렸다.

    2020년 우한코로나 확산과 각종 풍수해로 기존 경제개발계획이 완전히 실패하면서 김정은은 2021년에는 체제 수호에 집중할 것이며 2021년 1월에 여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그 징조가 나올 것이라고 공안조사청은 전망했다. 김정은은 2020년에 그랬듯 2021년에도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상무위원들을 주민들에게 자주 노출시켜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에게 상당한 책임을 지우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체제 보호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내년에도 대남·대미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안조사청은 분석했다. 다만 한국과 미국에 대한 도발 이유가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관계에 균열을 만들면서, 문재인 정부에게만 유화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2019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 계속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2020년에는 개성 남북연락공동사무소를 폭파하고,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살해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우정과 신뢰를 보낸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거나 공무원 살해 건에 관해 사과문을 보내는 등 남북 정상 사이에는 갈등 수위를 관리하고 있다고 공안조사청은 지적했다. 그리고 북한이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한국이 미국을 추종하지 않는 것”, 즉 한미동맹의 균열이라고 공안조사청은 지적했다.

    북한, 10월 열병식의 신형 ICBM, 미국에 대한 핵군축 대화 요구

    미국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지켜본 뒤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공안조사청은 내다봤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협상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풀이한 공안조사청은 지난 10월 10일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도 그러한 의도로 새 정부를 향해 내놓은 제스처라고 주장했다.
  • ▲ 일본 공안조사청의 2021 내외정세분석 보고서의 첫장은 북한과 조총련 동향이다. ⓒ일본 공안조사청 보고서 캡쳐.
    ▲ 일본 공안조사청의 2021 내외정세분석 보고서의 첫장은 북한과 조총련 동향이다. ⓒ일본 공안조사청 보고서 캡쳐.
    즉 “2019년 6월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를 빨리 재개하지 않으면 미국 본토를 노리는 새로운 전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며 “그 때는 비핵화가 아니라 미북 간 핵군축 대 유엔 대북제재 해제 협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정은의 요구라고 공안조사청은 풀이했다. 이때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가 허상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는 경로를 비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동시에도 김여정을 앞세워 미국을 향한 담화를 내놓고, 실제 무기 발사 시험을 하지 않은 것은 김정은 나름대로의 수위 조절이라고 공안조사청은 설명했다. 공안조사청은 김정은이 미국에 대해 2017년과 같은 강력한 도발을 하지 않는 이유로 우한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현실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북대화 재개되면 김정은, 2022년 3월 한국 다음 대선 예의주시할 것”

    공안조사청은 또한 김정은이 한국에는 압박하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2022년 3월 다음 대선 동향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이 미국을 추종하며 남북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낸 김정은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대화 제의를 무시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북한 경제 상황과 미북관계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2022년 3월 차기 대선 동향을 지켜보며 보건 분야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남북협력과 관계개선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안조사청은 분석했다.

    한편 공안조사청은 지난 4월 ‘사망설’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지속적으로 활동은 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지병이 있었고, 비만도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건강에 계속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안조사청은 방첩수사를 맡은 정보기관으로 법무부 산하에 있다. 예산은 200억엔(약 2120억원), 인력은 15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안팎의 테러조직이나 반국가 조직들을 감시하고, 이들이 일본을 위협·공격할 때는 해산시킬 수 있다. 과거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때도 거론된 적이 있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