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대문 파손 인정되나 쌍방 '인생역정' 감안‥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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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지훈)·김태희 부부의 집을 찾아가 대문을 부수고 "20년 전, 비의 부친 정OO(61) 씨가 외상으로 가져간 쌀값을 갚으라"며 소란을 피운 70대 부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유창훈)는 지난 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재물손괴·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반OO(79·남) 씨와 지OO(73·여) 씨에게 벌금 70만원(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씨와 지씨는 "당시 문이 저절로 열려 정씨가 출입을 허락한 줄 알고 들어갔다"며 무단침입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현장 CCTV 영상과 파손된 개폐기 사진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정씨의 대문을 파손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지만 이 법정에서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오래 전 고단한 시기에 서로 교류하며 살아왔던 쌍방의 '인생 역정'과, 피고인들이 고령인 점 등을 감안했다"며 벌금형 집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반씨와 지씨는 지난 2월 3일 오전 9시 40분쯤 정씨와 아들 비를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비(정지훈)·김태희 부부의 자택을 찾아갔다.
이들은 정씨가 집 대문을 열어주지 않자 "쌀값을 좀 갚아 달라"고 소리치며 대문을 여러차례 밀어 20만원 상당의 '대문 개폐기'를 부쉈다.
이렇게 문을 강제로 연 이들은 무단으로 문 입구와 집 마당까지 들어가 소란을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비 부친 정씨, 2300만원 안갚고 '먹튀'"
반씨 부부와 정씨 부자의 다툼은 2년 전 반씨 부부의 아들 C씨가 인터넷에 한 게시글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C씨는 2018년 11월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뽐뿌'에 '가수 비의 부모를 고발합니다'란 제하의 글을 올려 "1988년 서울 용문시장에서 떡가게를 하던 비의 부모가 당시 쌀가게를 하던 저의 부모로부터 2300만원을 빌려간 후 갚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에 돈을 갚겠다는 얘기조차 없다"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C씨는 "당시 비의 부모는 쌀 1500만원 어치를 빌려갔고 비슷한 시기에 현금 800만원도 빌려갔지만 갚지 않았다"며 "부모님께서는 거의 매일 떡가게를 찾아가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비의 부모는 고등학교 등록금 때문에 갚을 수가 없다는 등 열악한 상황을 말하며 계속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중엔 원금만이라도 갚으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비의 가족은 잠적해버리고 말았다"며 "가정 사정이 빠듯해 소송을 걸지도 못했고, 그렇게 30년이 지나 환갑이 넘으신 부모님께선 비에게 편지도 쓰고 연락을 취해보려고 노력하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비의 소속사 레인컴퍼니는 "글이 올라온 이튿날인 27일 비의 아버지가 상대 측과 직접 만났지만 상대 측은 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폭언과 1억원의 합의금을 주장했다"며 "돈을 빌려줬다는 차용증과 약속어음 원본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C씨는 해당 게시판에 재차 글을 올려 "비의 아버지와 소속사 사장이 찾아왔지만 사과 대신 오로지 돈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며 "비의 아버지와 비 측의 공식적인 사과, 정확한 채무에 대한 변제, 언론을 통한 매도로 인해 부모님이 받게 된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상 장부 원본 일부와 '돈을 갚겠다'고 비의 어머니 김씨가 서명한 서류 사진 등을 공개했다.
"반씨가 원금의 4배인 1억 요구‥ '차용증 원본'도 없어"
이와 관련, 레인컴퍼니는 30일 "사기를 주장하는 상대방 측이 공개한 장부는 차용증이나 약속어음 원본 등 증빙서류가 아니었다"며 "임의로 언제든지 추가로 자유기재가 가능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인컴퍼니는 "상대방 측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4년까지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했는데, 해당 떡가게는 1999년에 폐업했다"며 "비의 아버지는 당시 지방과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어 가게는 비 어머니가 홀로 운영했고, 결국 2000년에 돌아가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어떻게 2004년까지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냐"며 "이 모든 점이 해당 장부를 의심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는 상대방 측은 고인이 된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모욕적 폭언을 했고, 주장하는 원금의 4배인 '1억원'을 요구했고, 여론 호도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왜곡된 주장글을 게시했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한편, 반씨 부부는 지난해 9월 정씨를 상대로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1월 패소했다.
이에 비는 지난 2월 반씨 부부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4월 이를 인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