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휴대폰 비밀번호 비협조 겨냥하자… 한동훈 "헌법상 권리행사, 황당" 반박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운 검사장을 상대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악의적 수사 방해라며 이를 제재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자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피의자 인권보장을 외쳐온 법무부가 오히려 인권유린에 앞장서는 꼴인데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헌법의 대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은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거부 제재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은 "채널 A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고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날 추 장관의 지시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나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자 추 장관이 직접 이를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29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중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몸을 날려 한 검사장에게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만 압수하고 유심칩은 압수하지 못했으며, 해당 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


    추미애 "한동훈 폰잠금 사건 재발 방지"… 김한규, 금태섭, 진중권 등 "반헌법적 과잉대응" 비판

    추 장관의 이 같은 지시가 알려진 후 한 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켜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법조계 등 각계에서도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반헌법적인 과잉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의자의 인권보장은 아랑곳없는 법무부장관의 태도가 놀라울 뿐"이라며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긴다는 발상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나중에 진술거부라도 하면 진술거부권도 폐지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가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일전에 지적한 바 있지만 이제 수치를 넘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주의라는 골수에 파고들어 나라를 망치는 암세포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로 열고 이에 불응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정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악의적으로'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 처벌한다 하는데 '악의적'인지 여부를 누가 판단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휴대폰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것은 피의자로서는 법적 문제가 없는 정당한 행위"라며 "헌법에 보장된 진술거부권은 안중에도 없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전면 부정하는 위험 천만한 소리"라고 비난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의 지시가 인권유린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고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법을 만들겠다니 그런 법이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인권보장을 위해 수십년간 힘 들여 쌓아올린 정말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유린해도 되나. 그것도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라는 정부에서"라고 한탄했다. 금 의원은 또 "법률가인 게 나부터 부끄럽다"며 "이런 일에 한마디도 안 하고 침묵만 지키는 민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한테도 솔직히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 질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차라리 고문을 합법화하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법적으로’ 빼내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고문)밖에 없다"면서 "대쪽 같은 이재명 지사도 고문하면 몇 분 안에 전화번호 부실(말할)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