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1조원어치… 대기업, 대학법인, 노조, 전파진흥원, 정치인 등 투자
  • ▲ 텅 비어있는 옵티머스 사무실의 모습. ⓒ뉴시스
    ▲ 텅 비어있는 옵티머스 사무실의 모습. ⓒ뉴시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이 건설사 인감과 은행 천공(해당 기관의 이름을 종이에 구멍을 뚫어 남기는 인증 방식)을 위조해 1조원대 가짜 매출채권 계약서를 만들어냈다고 20일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옵티머스는 가짜 매출채권 계약서를 만들기 위해 건설사 인감을 직접 파고 은행 천공을 찍는 기계까지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사기' 핵심은 매출채권 서류 위조였다. 옵티머스는 관급 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보유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했으나 이런 매출채권은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서류를 만들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동양·정인·STX건설 매출채권 계약서 위조

    매출채권이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넘어가게 되면 은행 측은 채권을 사기 위해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확인한다. 해당 계약서에는 건설사가 매출채권을 양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건설사 '인감'과 수탁사가 이를 양수했음을 확인하는 '천공'이 있어야 한다. 인감과 천공이 계약서에 찍혀 있어야 건설사 매출채권이 수탁사에 넘어갔다고 증명되는 것이다.

    실제로 옵티머스가 판매사 등에 제시한 176건의 양수도 계약서에는 민간 건설사 4곳(STX·동양·정인·호반)의 인감과 하나은행의 천공이 들어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해당 계약서는 모두 조작된 것으로, 건설사 인감은 옵티머스 직원들이 직접 팠고, 하나은행 천공을 찍는 기계까지 따로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사들은 자사 명의가 펀드 서류 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신문에 "옵티머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 사정기관에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쓴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며 "우리 회사는 그런 공사를 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매출채권도 없고 옵티머스와 거래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STX건설의 경우 옵티머스의 부탁을 받고 가짜 양수도 계약서를 만들어줬다. STX건설 관계자는 사정기관에 "해당 매출채권이 존재하고 우리가 계약서를 작성해 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인감 직접 파고 천공기계도 따로 제작

    이렇게 위조된 양수도 계약서상 액수는 총 1조854억원(호반건설 4508억원, 동양건설 3327억원, 정인건설 2001억원, STX건설 1018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김재현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 4명은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다. 호반건설은 관련 위조 행위를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옵티머스는 이렇게 위조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근거로 펀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 펀드에 굵직한 대기업·대학법인·병원·전파진흥원·자금운용사들과 정치인 등 유력자 등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 움직임은 옵티머스 배후에 어떤 '큰손'이 있다는 확신을 갖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