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비난' 김세의 1일 항소심도 벌금형… "이승만, 돌대가리" 감독 무죄… 피고인 따라 '명예훼손' 판결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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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 DB
    '친문무죄, 비문유죄(親文無罪, 非文有罪)'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법원에서 같은 '명예훼손' 혐의를 두고 피고인에 따라 엇갈린 판결이 이어지는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전단지를 배포한 혐의를 받은 작곡가 등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고(故) 백남기 농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은 김세의 전 MBC 기자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사장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부장판사 반정모)는 1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자와 만화가 윤서인 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기자와 윤씨는 2016년 10월 부친인 백씨가 위독한 상황인데도 딸이 외국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겼다는 취지의 글과 그림을 SNS  등에 게재해 백씨 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정윤회 염문' '백년전쟁' 유포는 '무죄'

    재판부는 김 전 기자와 윤씨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면서 유죄 판단을 했다. 게시글이 "정치적 표현"이라는 이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고,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비슷한 사례를 두고 법원이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은 경우가 있다. 지난 6월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박 전 대통령과 정윤회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염문설 의혹을 기재한 전단지 660장 등을 배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작곡가 김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심은 전단지 내용이 허위사실을 실제 사실인 것처럼 암시해 적시했다고 보지 않았는데, 이 판단은 수긍이 가고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전단지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전 기자의 사례와는 정반대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단지를 제작·배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은 시민운동가 박성수 씨도 "의견표명"이라는 취지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 역시 정치적 표현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김 전 기자의 사례와 배치되는 판결이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 민족반역자' 등으로 표현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감독이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사자명예훼손은 사실이 아닌 허위사실을 적시했을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백년전쟁>의 표현이 명백한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이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을 'A급 민족반역자' '하와이 깡패' '돌대가리' 등으로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주(州)의 경계를 넘어 '맨법(Mann Act)'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는 허위사실도 포함했다. '맨법'은 성매매나 음란행위 등을 목적으로 주 경계를 넘는 행위를 처벌하던 미국의 법률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뱀 같은 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락가락 법원 판결에 비판 목소리

    법원이 비슷한 사례를 놓고도 피고인에 따라 다른 법리판단을 내놓으면서 법조계에서는 '친문무죄, 비문유죄'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내린 법원 판결을 두고 "친문무죄, 비문유죄'의 불문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백년전쟁>의 감독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최근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한 사례도 언급했다.

    최근 잇따른 석연찮은 판결이 사법부의 주류가 좌파성향 법관들로 교체됐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수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좌파성향 법관들을 우대하며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11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보수정권에서 임명한 대법관들이 소수가 됐고, 이에 따라 대법원의 행보 역시 좌경화했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