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솔선수범 취지 유명무실… 14개 부처 "총리실에서 구체적 지침 없었다"
  • ▲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가 솔선수범하겠다며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하고 매각 조치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KBS는 이날 총리실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실과 함께, 18개 중앙 정부부처 등 총 48개 정부기관에 '소속 고위 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 파악 여부와 처분 계획'을 질의한 결과 "답변을 제출한 27곳 중,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했다고 답한 기관은 5곳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해양수산부는 2급 이상 다주택자가 14명이라고 했고, 경찰청은 8명, 해양경찰청은 1명, 원자력안전위는 없다고 답했다. 이 중 몇 명이 주택 처분 계획을 제출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은 파악은 했다면서도 그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본인들에게 확인을 했다"면서도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KBS에 설명했다.

    총리실 "확신 못해 숫자 공개할 수 없다"

    나머지 22곳은 2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하라는 총리 지시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조치도 취한 것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4개 기관은 '총리실로부터 구체적인 지침이나 지시를 통보 받지 못 했다'고 답변했다. 이 중 일부 기관은 '지침이 내려오면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3곳은 2급 고위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역을 조회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1급 이상은 재산 신고 내역이 관보에 공개되지만, 2급은 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파악할 수 없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법제처는 실태 파악을 하지 않은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총리 지시의 이행 실적이 미비한데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실태 파악이 진행 중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노영민 "상당히 많이 다주택 해소 중"

    노 실장은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교육부에 총리 지시대로 실태 파악이 됐는지 물었더니 전혀 공개할 수 없다고 얘기를 하는데, 실태 파악은 하고 있느냐"고 묻자 "실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정부부처 대상자 중에서 몇 퍼센트 정도가 주택을 처분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숫자까지는 저희들이 확인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고위직 공직자들이 다주택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영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 고위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약속을 안 지키니까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총리실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KBS에 말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각 기관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리실은 "다주택 고위공직자와 관련해 별도 조치를 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지 않고, 각 기관장 책임하에 소속 공직자에 대한 사항을 관리할 것"이라고 KBS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