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단기간에 추가 공급 불가능… 집값 폭등하는데, 종부세 더 올리는 건 의미 없어"
  •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6·17대책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불만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에게는 과세를 강화하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서울 안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는 데다, 집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文 대통령 "종부세 올리고, 주택 공급 추가로 늘리라" 주문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김현미 국교통부장관을 불러 서민 실수요자 보호, 다주택자 규제 강화, 주택 공급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주택 공급 확대를 언급했다.

    정부는 지금껏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을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면 되려 부자들의 투기·자산증식에 쓰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해서라도 추가로 늘리라"고 주문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담을 강화하라"며 과세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종부세 개정안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종부세 개정안은 다주택자에게 최고 4%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사실상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할 방안은 전혀 내놓은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부동산에 관심 있다는 것 보여줬을 뿐… 구체적 방안 없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뿐"이라며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 외에 사실상 얘기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 규제 강화 방안과 관련,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폭이 클 때는 증세는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규제 강화해라는 건 이미 나왔던 얘기인데 언제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집값이 억대로 오르는데 세금이 100만~200만원 오른다고 해서 신경쓰이겠느냐"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며 "무주택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 ▲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전셋값은 0.10%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5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전셋값은 0.10%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5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전문가는 "6·17대책에 따른 시민들의 불만에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추가 택지나 주택 공급 총량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워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종부세법 인상과 관련 "종부세를 올린다 하더라도 내년 종부세를 올리는 것"이라며 "세금 부담 때문에 불만은 높은 데다 매물은 적은 상황에서 무조건 과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최악의 전세난… 이번주 서울 전셋값 53주 연속 상승세

    결국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부동산정책이 집값을 잡기는커녕 실수요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안긴다는 말이다. 6·17대책에도 아파트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전세난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지난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6월 5주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한 주 사이 0.16% 올라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상승폭은 전주(0.28%) 대비 0.12%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는 최악의 전세난이 닥치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전셋값은 0.10%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5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 역시 지난주(0.08%)보다 커졌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는 0.16%, 마포 0.17%, 강북 0.14%, 용산 0.11%, 노원 0.11% 상승했다. 경기도에서도 하남 0.9%, 고양 0.34%, 용인 0.42%, 수원 0.34% 등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