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의원 개개인도 국가기관으로 인정… 법조계 "청구인 자격 문제 없어"
  • ▲ 주호영(사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의원 전원이 1일 '국회의장 상임위 강제배정 및 상임위원장 선출 무효 확인을 위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성원 기자
    ▲ 주호영(사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의원 전원이 1일 '국회의장 상임위 강제배정 및 상임위원장 선출 무효 확인을 위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성원 기자
    미래통합당은 1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강제 상임위 배정은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통합당 의원 103명 전원은 박 의장이 지난 15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강행한 상임위 강제 배정이 국회법 제48조 1항에 위배된다며 이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통합당은 또 상임위 강제배정은 헌법상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보장된 국민대표권을 침해한다고도 강조했다. 

    "상임위 강제배정, 민주적 정당성 훼손하는 불법" 

    통합당은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강제배정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명백한 위법"이라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국민대표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의장이 기준 없이 밀실에서 상임위를 강제배정한 것은 10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의 직무는 국회법상 단순한 의사정리 권한에 불과하고, 국회의장 그 자체의 특별한 권한을 국회법이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에 원 구성에 관한 협의 중인 상태였던 점, 통합당 의원 전원에 대해 상임위 강제배정이 이뤄진 점 등을 토대로 보면 이번 상임위 강제배정은 국회의장에게 주어진 권한의 적정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전직 헌재 헌법연구회 위원 "청구인 자격 문제 없어" 

    국회법 제48조 1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통합당은 그러나 이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의사를 배제하고 일방적·임의적으로 선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헌재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쟁의(權限爭議)에 관한 심판을 하는 것이 권한쟁의심판이다. 과거 판례상 국회의원 개개인도 국가기관으로 인정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회 위원을 지낸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이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를 청구하는 경우, 청구인 자격 문제는 없다"며 "헌재가 판단하겠지만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회는 여야 각 당이 국민을 대신해 토론하고 국가 중대사를 정하는 기관으로, 여당이 야당을 존중해야 하는 건 기본"이라며 "특히 국회법뿐 아니라 국회 관습이라는 제도적 틀도 깨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헌재, '김홍신 케이스'에서 국회의원 개인도 국가기관으로 인정  

    앞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2003년 10월30일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각각 국가기관으로 인정했다. 

    다만 헌재는 '국회의장이 김 전 의원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임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김 전 의원의 주장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