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기본 원칙 위반" "협상 신의 훼손"… "美, 적절한 조치 취해야" NSC에 불만 전달
  •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종현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종현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상당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정 실장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였다. 그러나 협상 파트너였던 볼턴의 폭로로 정 실장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와 관련한 내용이 등장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특히 회고록에서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정 실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기술했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과 관련해서는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비난했다. 

    정의용 "볼턴 회고록, 양국 안보이익 저해"

    이와 관련, 정 실장은 22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특히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외교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러한 부적절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 실장의 의견은 전날 저녁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 전달됐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윤 수석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는 청와대의 견해도 함께 밝혔다.

    靑, '文 조현병' 비난에 "볼턴 본인이 그럴 수도" 맞불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라고 비난한 것과 관련 "(볼턴) 자신이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맞받아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에 기대하는 적절한 조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준수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실장이 지적했듯 사실이 아닌 부분들, 일종의 허위사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