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생각, 北의 주장과 비슷했다”비핵화 모순 꼬집어… 靑 "볼턴이 정신분열증적" 반박
  • ▲ 지난해 4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을 듣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4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을 듣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정신분열증적(Schizophrenic)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간 만남 때도 문 대통령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고 폭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미북 비핵화 외교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을 비난하며 “미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문의 생각, 북의 주장과 아주 비슷하게 들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식 ‘단계적 비핵화’를 옹호한 문 대통령의 주장을 ‘정신분열증적’이라고 지적했다고 조선일보가 22일 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며칠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정신분열증적 생각을 전했다”며 “내게는 북한의 주장과 아주 비슷하게 들렸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단계별 비핵화를 지칭)’ 제안을 거절한 것은 옳았다”면서도 “하지만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려는 김정은의 의지는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접어든 것을 보여주는, 아주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할 테니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해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만큼 미국이 보상해달라는 ‘행동 대 행동’ 비핵화 제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거부했다.

    “김정은의 영변 핵시설 해체 제안은 명확히 정의된 적이 없었다”고 지적한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생각은) 내게는 북한의 ‘행동 대 행동’과 비슷하게 들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거절한 게 옳다면서 동시에 이를 받아들이라고 제안했다는 지적이었다.

    볼턴이 말하는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의 뒷이야기

    볼턴 전 보좌관은 또한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미북 정상의 판문점 만남 때 미국 측이 여러 차례 완곡히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어떻게든 그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 ▲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만남 당시 미국 백악관 경호실 요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기 전 판문점 평화의 집 출입문을 닫는 모습. 당시 화제가 됐다. ⓒ유튜브 화면캡쳐.
    ▲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만남 당시 미국 백악관 경호실 요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기 전 판문점 평화의 집 출입문을 닫는 모습. 당시 화제가 됐다. ⓒ유튜브 화면캡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방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이 이 글을 본다면, 단지 악수를 나누고 ‘안녕’이라고 말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로 가서 그와 만나겠다”는 글을 올렸다. 볼턴 전 보좌관은 “참모들 모두 이에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나는 동안)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다”면서 “하지만 그는 완강하게 참석하려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에 따르면, 6월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부터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 참석 요청을 세 차례 거절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국 땅에 들어설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며 “김정은에게 인사만 하고 트럼프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했는데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당신(문 대통령)이 참석하기를 바라지만 북한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미국 측이 완곡히 여러 차례 거절해도 판문점 만남에 끼어”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적은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주장하며 동행을 고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다. 경호실에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문 대통령의 동행을 다시 완곡히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비무장지대 내 관측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하겠다. 그 뒤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좀 이해를 하는데, 나를 보고 싶어한다는 걸 안다”며 “나를 서울에서 배웅하고, 이후에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또 문 대통령의 동행을 거절한 것이다.
  • ▲ 지나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나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 대통령은 결국 판문점 자유의 집까지 따라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을 안내했다. 당시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자랑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도 문 대통령이 근처에 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 후까지 북한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비핵화 외교는 끝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ABC와 인터뷰에서는 “미북 비핵화 외교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까지 북한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그곳(싱가포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이것(미북정상회담)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회담으로 많은 것을 얻었지만 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독재자 김정은에게는 정당성을 준 반면 그들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의미 있는 논의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볼턴 전 보좌관은 미북 비핵화 외교 자체를 비판했다.

    그는 사실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랐던 엄청난 규모의 사진촬영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우리가 첫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갔을 때 트럼프가 계속 반복한 말은 마지막 기자회견에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참석할지 묻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엄청난 규모의 사진촬영 행사’는 성공했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정상회담 시작 전 400~500명이던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에는 2000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권이 계속 자랑했던 비핵화 외교 주도론, 한국 운전자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에 휘둘린 쇼에 불과했다는 뜻이 된다.
  • ▲ 2018년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턴 보좌관의 이야기를 듣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강경화 외교부장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트위터 공개사진.
    ▲ 2018년 5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턴 보좌관의 이야기를 듣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강경화 외교부장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트위터 공개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