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회담 불투명해지자 文, 김정은 만나 '미국의 보상' 암시… 볼턴 "文, 협상에서 빼야" 생각
  • ▲ [워싱턴=AP/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 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는 모습.ⓒ뉴시스
    ▲ [워싱턴=AP/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 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는 모습.ⓒ뉴시스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 파장이 예상된다. 

    2018년 5월 말 북한 측의 막말로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문 대통령이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급히 만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사실을 거론하며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미국이 '정치적 보상'을 해 줄 것이라고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암시했다(implied)"면서 "문 대통령을 협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2018년 5월24일(미국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전격발표했다. 앞서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향해 "아둔한 얼뜨기"라는 막말로 비난했다는 이유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26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판문점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7일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오는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볼턴 "文, 김정은에게 미국의 '정치적 보상' 암시"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비무장지대(DMZ)에서 2시간 동안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김정은의 회담 요청에 따라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문 대통령은 즉시 요청에 동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나에게 '이 자리에서 두 남북 정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포괄적 협상'에 도달할 것을 기대하며, 북한도 이를 위해 광범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을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늘 미국이 '점진적 비핵화(action by action)'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그때는(then) 태도를 바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개념에 따라 실질적인 진전을 보인다면 미국이 '정치적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암시했다(essentially implied). 이는 내 사견이지만, 우리가 왜 문 대통령을 비핵화 이슈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미국이 해야 할 약속을 협상 당사자인 김정은에게 대신 전달하려는 데서 큰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음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중 해당 부분의 원문이다. 

    "Moon stressed that the US wouldn't accept "action for action," although he then turned around and essentially implied there could be US political compensation if the North made substantial progress on our concept of denuclearization, thus demonstrating, in my view, why we needed to get Moon out of the business of negotiating the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