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한명숙 위증 의혹 조사 지시"… 11일 이어 12일에도 '위증' 재판부 질책받은 '조국 조카'엔 무반응
  •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법무부가 한명숙 재판과 조범동 재판에서 나온 같은 '위증(僞證)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견해에 따른 이중적 행태를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한명숙 재판 위증 의혹과 관련, "누구나 납득할 만한 정도의 조사"를 지시한 반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위증 의혹에는 침묵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이 같은 '이중적' 행태에 "공정과 정의를 지킨다는 법무부가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대검찰청 인권수사자문관 등 3명으로 구성된 전담 조사팀을 꾸려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의 검찰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들여다보는 중이다. 

    '한명숙 재판 위증 의혹'은 2011년 3월 한 전 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섰던 최모 씨의 진정서가 발단이다. 최씨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감방 동료'다. 최씨는 지난 4월 법무부에 "2011년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추미애 "한명숙 재판 위증 엄중… 대검에 업무지시"

    한 전 대표는 2010년 말 한 전 총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전달했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했다. 3개월 뒤 열린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씨도 "한 전 대표가 구치소에서 '검찰에서 한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뒤엎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로부터 허위 증언을 할 것을 강요받아 한 전 총리와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최씨의 주장이 진정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자, 한 전 총리 수사팀은 최근 성명을 내고 "허위 증언을 회유한 사실이 없다"며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추 장관 등 여권인사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 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추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명숙 재판 위증 의혹과 관련 "엄중하게 보고 있고, 대검에 업무지시를 내렸다"며 사실상 재조사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추 장관은 "잘못된 수사 방법을 뿌리 뽑아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제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견디지 못한 검찰도 결국 10년 전 사건을 조사할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담팀 구성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조국 일가' 재판에서도 '위증 논란' 사례가 나왔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부인 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 측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며 수차례 증언을 회피하다 재판부로부터 질책받았다. 

    재판부는 "증인은 진술거부권이 있지만 기억나는 것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위증되가 된다"면서 "왜 습관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 증인에게 거짓말을 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국 일가' 재판 위증엔 '침묵'… "법무부 이중적 행태" 비판

    조씨는 12일 재판에서도 전날 한 진술을 하루 만에 뒤집으며 또 다시 위증 의혹을 받았다. 

    조씨는 전날 "정씨 동생 명의의 허위 컨설팅 자료를 만들어 정씨에게 보낸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사실이라고 답했으나, 이날 같은 취지의 변호인 측 질문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씨를 조씨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본다. 조씨와 정씨 사이에 범행자료 교부가 없었다면 이는 조씨의 단독범행이 된다. 조씨가 정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조국 일가' 재판과 '한명숙 재판'에서 나온 위증 의혹과 관련, 법무부가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조국 일가' 재판에서 이틀째 위증 의혹이 불거졌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전 총리 재판 위증 의혹과 관련해 장관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응해 입장을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형법은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행태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씨의 위증이 조국 일가에 유리한 증언이기 때문에 입을 닫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법조인은 "조국 일가에 유리한 위증은 허용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10년 전 한명숙 사건의 위증 의혹을 끄집어내면서 이날도 이어진 조국 일가의 위증 의혹에 입을 닫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공정성이 우선돼야 할 법무부가 정치적 색채를 띠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이중성이 지적받은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하면서 비판받았다.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추 장관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 당시에는 검찰의 공소장을 적극 활용하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