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1일 '조범동-정씨 카카오톡' 공개… "시장서 전혀 모르는 1차 투자자" 조씨에 정씨 "그렇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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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씨를 '1차 투자자'라고 지칭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11일 공개됐다. "정씨가 남동생 명의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투자처인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에 차명 투자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나온 셈이다. 그동안 정씨 측은 "남동생에게 돈을 빌려준 것일 뿐, 동생 명의를 통한 차명 투자가 아니다"라며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라고 주장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의 17차 공판을 열고 조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정씨와 조씨가 같은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 4월 조씨의 재판에 정씨가 증인으로 선 이후 두 번째다.조범동 "정경심에게 '허위컨설팅 증빙 자료 만들어줬다" 시인검찰은 이날 증거목록으로 정씨와 조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정씨는 조씨에게 "자식들에게 빌딩까지는 아니어도"라고 운을 뗐다. 조씨는 "투자금을 다시 증액하시는 거면 WFM에 좀 집어넣는 식으로 10억 정도"라며 WFM에 대한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면서 "사실 두 분은 시장에서 전혀 모르는 1차 투자자시니까"라고 했다. 이에 정씨는 "그렇죠 예"라고 답했다.증거 제시 후 검찰은 조씨에게 '1차 투자자가 정씨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조씨는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씨가 조씨로부터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이용해 2018년 1~11월 차명으로 약 7억13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본다.앞서 정씨 측은 WFM 차명 투자 혐의에 대해 "나는 주식을 어차피 못 사니 동생이 주식을 사는 것에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이익을 내서 갚으면 좋고, 못 갚으면 어쩔 수 없는 누나의 마음으로 빌려줬다"고 했다. 정씨는 코링크PE와 WFM과 관련된 조씨와의 금전 거래 모두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주장이다. '대여'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이들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 대부분을 벗어난다. 하지만 이날 조범동 씨가 정씨를 1차 투자자로 증언한 만큼 "대여금"이라는 정씨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조씨는 이날 코링크PE에서 정씨에게 지급된 1억5000만원가량의 돈을 위해 '컨설팅비' 명목의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고도 시인했다. 조씨가 '허위 컨설팅비'를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돈의 성격에 대해 '대여에 대한 이자'라는 정씨 측 주장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투자금 회수 차원이라는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온 셈이다.검찰은 정씨가 코링크PE에 2015년에 5억, 2017년에 추가로 5억을 투자한 후 조씨에게 원금 회수를 독촉하자, 조씨가 코링크PE로부터 허위 컨설팅비 명목의 1억5795만원을 횡령해 정씨에게 줬다고 보고 있다.조씨는 '정 상무(정경심 씨 동생)가 허위 컨설팅한 게 드러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컨설팅을 하지 않았지만 한 것처럼 허위 증빙자료를 만들어 정경심에게 보낸 게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사실이다"고 답했다."기억 안 난다" 반복하자… 재판부 "거짓말하면 안 된다" 호된 꾸중조씨는 이날 법정증언에서 수차례에 걸쳐 "기억 안 난다" "모른다"라며 답변을 회피해 재판부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재판부의 지적은 정씨의 횡령 혐의에 대한 조씨의 증언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은 조씨에게 "첫 투자금을 받은 후 총 5900만원을 2차례에 걸쳐 정씨 측에 송금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씨는 "기억 안 난다"고 답했다.이에 재판부는 "증인에게는 증언거부권이 있을 뿐, 기억하는 것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왜 이렇게 습관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유지만, 거짓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일갈했다. 재판부의 질책이 있기까지 조씨가 "기억 안 난다"고 답변한 횟수만 7차례다.조씨는 이후 증언에서 이를 의식한 듯 "죄송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재판부를 향해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어진 증언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기억 안 난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조씨는 정씨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조씨는 지난 2일 결심공판서 징역 6년을 구형받았다. 오는 30일이 선고일이다. 정씨의 재판에서 조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11일에는 검찰 측 신문이, 12일에는 변호인 측 신문이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