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피해청소년 진술 확보… 인천 20대男 5명, '숙식 제공' 미끼로 미성년자 꼬드겨 '팝콘TV'서 '벗방·맞방' 강요
  • ▲ 피해자가 강요당한 '맞방(맞는 방송)' 화면. 상단에 '머슬(슬리퍼로 머리맞기)', '발쓸(슬리퍼로 발 맞기)', '슬엉싸(슬리퍼로 엉덩이 싸대기)', 엉채찍(채찍으로 엉덩기 맞기) 등 폭행 미션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 피해자가 강요당한 '맞방(맞는 방송)' 화면. 상단에 '머슬(슬리퍼로 머리맞기)', '발쓸(슬리퍼로 발 맞기)', '슬엉싸(슬리퍼로 엉덩이 싸대기)', 엉채찍(채찍으로 엉덩기 맞기) 등 폭행 미션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10대 미성년 여성을 오피스텔에 감금한 채 성인방송을 하도록 강요한 '성착취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숙식 제공 등을 미끼로 가출 청소년들을 꾀어내 성인방송 출연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걸려든 10대 미성년 여성들은 '팝콘TV'를 통해 속칭 '맞방'(맞는 방송)과 '벗방'(벗는 방송) 등 가학적 방송에 출연하며 하루 평균 수백 회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 남성들은 이 과정에서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에게 허위 계약서 작성을 강요했고, 피해자들은 이들의 보복과 위약금 등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들은 '성인방송'을 통해 하루 평균 수백만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 제공' 미끼로 미성년女 유인해 성인방송 강요

    본지는 22일 새벽 "미성년자가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 사건이 발생한 인천으로 향했다. 지인을 통해 본지에 연락해온 피해자는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인 만 18세 여성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가출청소년이었다.

    자신이 사실상 감금됐던 오피스텔 인근의 한 공터에서 본지 취재기자와 몰래 만난 피해자는 "CCTV를 통해 감시받는다"며 인터뷰 도중 수십차례나 "무섭다"고 했다. 그는 울먹이면서 "(기자에게) 말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진술을 망설하기도 했다.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 A양은 가정불화를 견디다 못해 최근 지방에서 서울로 가출했다. 한동안 서울 용산구에 마련된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던 A양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아는 오빠'를 통해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이 오빠는 A양에게 "지낼 곳이 없지 않으냐. 오피스텔과 식사·용돈 등을 제공해줄 테니 대신 방송에 출연해달라"고 제안했다. 평소 인터넷방송을 즐겨 보며 BJ를 하는 지인의 방송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던 A양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 ▲ 폭행으로 시퍼렇게 멍이 든 피해자의 종아리. ⓒ뉴데일리 DB
    ▲ 폭행으로 시퍼렇게 멍이 든 피해자의 종아리. ⓒ뉴데일리 DB
    하지만 이날부터 A양에게 지옥이 펼쳐졌다. A양이 출연 제의를 받은 방송은 '팝콘TV'라는 인터넷방송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성인방송이었던 것. A양은 "이런 (가학적) 방송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울먹였다.

    아는 오빠의 지인인 가해자 남성들은 모두 5명으로, 서로 대표나 이사로 부르며 '퀀텀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성인방송을 보고 시청자가 쏘는 '콘'(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같은 개념)으로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가해자 중 한 명인 '최 대표'라는 인물은 "돈을 벌고 싶으면 세게(자극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면서 A양에게 맞방을 강요했다.

    '팝콘TV'는 시청자가 콘을 쏘면 BJ가 이를 환전해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최 대표 등은 일정량 이상의 콘을 쏘는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A양을 폭행했다. 팝콘TV의 콘은 1개당 100원이다. 이들이 정해놓은 '미션 콘'은 30개(3000원)에서 666개(6만6600원) 수준이었다.

    3000원에 가해자가 직접 '슬엉싸'… "돈 안 되니 벗방 하자"

    예컨대 20개의 콘을 쏘면 '숟딱(숟가락으로 딱밤 맞기)', 30개를 쏘면 '슬엉싸(슬리퍼로 엉덩이 싸대기)·채찍(채찍 맞기)', 31개에 꼭슬(슬리퍼로 젖꼭지 맞기), 120개 후엉(후라이팬으로 엉덩이 맞기) 등 콘 갯수가 많아질수록 더욱 가학적 미션을 진행했다. 이 같은 미션은 A양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가해자 중 한 명이 직접 A양을 때리는 방식이었다.

    A양은 진술 도중 기자에게 시퍼렇게 멍든 자신의 종아리와 손등을 보여줬다. A양은 "살살 맞으면 시청자들이 '노(NO)인정'(인정하지 않는다)을 외치기 때문에, '풀파워'로 맞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16일과 17일 연이틀 '맞방'을 진행한 A양은 다음날인 18일 결국 몸살이 났고, 며칠간 방송을 쉬었다고 했다. A양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16일과 17일 방송으로 각각 콘 8000개(80만원)와 1만7000개(17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 ▲ 가해자와 피해자 간 주고받은 카톡 캡처사진. ⓒ뉴데일리 DB
    ▲ 가해자와 피해자 간 주고받은 카톡 캡처사진. ⓒ뉴데일리 DB
    그러나 최 대표는 "돈이 벌리지 않는다"면서 A양에게 "22일 밤부터는 '벗방'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벗방'을 위해 A양에게 왁싱(성기 제모)을 요구하기도 했다. 벗방을 위한 스타킹과 속옷 등 의상 준비도 요구했다.

    A양은 가학적 방송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해자들의 강요로 작성한 계약서와 보복 등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해자들은 A양의 신분증을 복사해 그의 주민등록번호와 고향집 주소를 가지고 있었다. A양은 기자에게 "가출한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부모님이 이런 방송을 한 것을 알게 되면 어쩌냐"며 울먹였다.

    가해자들은 콘을 환전해 A양에게 용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기자와 만난 날까지 A양이 받은 돈은 없었다. A양이 식대 등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최 대표는 "100만원을 빌려줄 테니 120만원으로 갚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