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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대학 갈취 혐의' 윤미향 남편 무죄…피해 대학들 "또 올까 두렵다" 당혹

"김씨, '방대한' 양의 정보공개청구 뒤 금품 받고 취하… 2013~18년 16개 대학에 25회 걸쳐 6000만원 챙겨"

입력 2020-05-21 18:27 수정 2020-09-09 12:47

▲ 대법원. ⓒ뉴데일리DB

대학들에 막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이를 취하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남편 김삼석(55) 씨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에게 피해를 당한 대학들은 '황당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김씨의 수법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법조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공갈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역신문사를 운영하는 김씨는 대학들을 상대로 방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이를 취하하는 대가로 돈을 받거나, 이에 응하지 않은 대학들에는 부정적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16개 대학 상대로 6000만원… 1심 '실형' 선고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의 구체적 행태는 다음과 같다. 김씨는 2005년 경기도 수원에서 '수원시민신문'을 창간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2013~18년 대학들에 기한 내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많은 양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2013년 A대학에는 △문화홍보처 세부 예산지출 내역 및 지출증빙자료 일체 △국제부총장실·재정부총장실 세부 예산지출 내역 및 지출증빙자료 일체 △발전기금 세부 내역 등을 요구했다. 이후 김씨는 해당 대학 문화홍보처 직원을 만나 "광고비 조로 300만원을 주면 정보공개는 취하하겠다"며 "돈을 주지 않으면 정보공개 청구를 강행해 막대한 업무마비를 초래하겠다"고 겁박했다. 

피해 대학 관련 부정적 기사를 게재할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업무마비 우려와 부정적 기사 게재에 겁을 먹은 A대학은 2014년 4월 김씨 예금계좌로 300만원을 송금했다. 정보공개 청구 취하 대가로 광고비를 받아챙기고, 부정적 기사를 쓰거나 정보공개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것처럼 행세하며 돈을 받은 것이다.

정보공개 청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공기관 등에서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기관은 청구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대학은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에서 모두 16곳에 달했다. 검찰이 판단한 피해금액은 6033만원이었다. 검찰은 2018년 김씨를 공갈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김씨의 정보공개 청구량이 학교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방대했고, 피해 학교 측이 '광고비를 지급할 테니 취하해달라'고 제안하면 곧바로 응했던 점을 들어 김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언론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정당한 권리행사인 것처럼 정보공개 청구를 한 후 광고비를 약속받으면 정보공개 청구를 취하하는 방법으로 돈을 갈취했다"며 "법행수법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정보공개 청구 후 광고비를 받고 더이상 정보공개 요구를 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초부터 공갈의 고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고, 대학들도 김씨의 언동에 겁을 먹고 광고비를 지급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대학들 "무죄 판결 불편"… "김씨 수법 악용 우려"

대법원이 원심의 판결을 확정하자, 피해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에 '불량한' 방법으로 광고비를 뜯어내려던 목적이 뚜렷한데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씨의 범행수법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피해 대학 관계자는 "당시에도 김씨에 대한 특별한 증거를 내세울 수 없었지만, 우리는 피해액이 생각보다 컸다"며 "현재 부인인 윤미향 당선인도 부정 의혹이 커진 상황인데 김씨가 무죄로 확정되니 앞으로 더 활개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피해 대학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를 받으면 꼭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아무리 바빠도 자료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업무가 바쁜 시기에는 업무 지장 등 피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같은 사례로 요구해온다면 대학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우려했다.

박동순 한국대학홍보협의회장은 "대학으로서는 불편한 판결"이라며 "김씨의 수법을 악용해 또 다시 대학들을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협의회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기수 변호사는 "법적으로 무죄가 났더라도 도덕적으로는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며 "김씨의 수법을 통해 소규모 언론사들이 불법적으로 기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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