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확원강사 이어 홍대 주점도 '3차 감염' 확인… 전문가들 "생활방역 지침, 대부분 효과 없어"
  • ▲ 용인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 집합금지명령을 받고 폐쇄돼 있다. ⓒ권창회 기자
    ▲ 용인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 집합금지명령을 받고 폐쇄돼 있다. ⓒ권창회 기자
    이태원 클럽 사태로 인한 3차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생활방역이 아닌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전문가집단의 지적이 나왔다.

    15일 방역당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우한코로나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 총 153명이다. 클럽을 방문해 감염된 1차 감염자는 90명이며, 2차·3차 감염자는 관련 확진자의 41%인 63명으로 집계됐다.

    방역당국은 전날부터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감염이 가족이나 지인으로 퍼지는 2차 감염을 넘어 클럽 방문자와 접촉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옮아가는 '3차 감염' 사례까지 드러나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천 학원 강사 이어 홍대 주점도 '이태원발' 3차 감염

    지난 2~3일 이태원 게이클럽인 '킹클럽'을 방문한 인천 102번 확진자 A씨는 9일 확진판정받았다. 학원 강사인 A씨는 확진판정받기 전 6~7일 이틀간 학원 강의와 개인 과외를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접촉한 학원 학생 B군(18)이 우한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고, A씨와 접촉하지 않은 B군의 어머니(42)도 확진판정받았다. 방역당국은 B군의 어머니가 B군으로부터 전염된 ‘3차 감염’인 것으로 보고 관련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홍대에 있는 주점을 방문한 일행도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3차 감염으로 확인됐다. 당초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으로 판단됐으나, 서울시 역학조사 결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홍대 주점에서 나온 확진 인원 5명은 이태원 클럽 사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한 뒤 확진판정받은 '관악구 46번째 확진자'가 4일 밤 8시35분부터 9시14분까지 관악구 행운동의 한 노래방을 이용했고, 홍대 주점 확진자 중 1명인 '강서구 31번째 확진자'가 같은 시간대에 이 노래방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관악구 46번 확진자'가 '강서구 31번 확진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고, '강서구 31번 확진자'가 다시 홍대 주점을 함께 방문한 일행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14일부터 20일까지를 3차 감염 확산을 막아내야 하는 '2차 골든타임'으로 본다. 우한코로나 바이러스의 평균 잠복기를 따졌을 때 이론상 이 기간에 발병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1차 골든타임은 지난 7~13일이었다.

    20일까지 3차 감염 확산 '2차 골든타임'… "이미 반쯤 사회적 거리 두기"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발 3차 감염이 확산하자 생활방역을 철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반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온 상태"라며 "클럽을 비롯해 유흥주점 등에 가지 말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자고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일반적 '생활 속 거리 두기'에서 이미 후퇴한 셈"이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되돌아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생활방역을 비판하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생활방역 지침을 읽어 봤는데,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유흥시설 관련 지침을 살펴보면 '책임자·종사자는 가급적 명부를 비치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작성하라'고 하는 항목이 있는데 이게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한다면서 그저 요식행위로 만든 지침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역시 14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매우 중대한 고비에 직면해 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쌓아온 코로나19의 방역망과 유행 억제가 유지될지, 다른 조치가 필요할지 여부를 판단할 기로"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시행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