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른 당 출신 보좌관은 철저히 검증" 빗장… 통합당 보좌진 200여 명은 실직 위기
  • ▲ 국회의사당.ⓒ권창회 기자
    ▲ 국회의사당.ⓒ권창회 기자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의도에서는 고스펙 보좌진 채용공고가 속속 올라온다. 의정활동 다각화로 관리형보다 전문적 식견을 보유한 보좌진 채용을 원하는 의원실이 늘며 취업문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고스펙 요구에 이번 총선에서 참패로 일자리를 대거 잃은 미래통합당 출신 보좌진들은 구직난이 한층 심화됐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타당 출신 보좌진 채용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통합당 출신 보좌진 채용에 빗장을 걸며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통합당 출신 보좌진은 낙선 의원의 추천 등을 통해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실의 문을 두드리지만 공급과잉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경험보다 전문가 원해"…영어는 기본에 논문까지 요구

    6일 국회 각 의원실 채용 페이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의원실이 보좌진 채용 자격요건으로 고스펙을 요구했다.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은 5급 상당 비서관 자리에 '경제 또는 국제관계 분야 전문가'라는 자격요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이력서·자기소개서와 함께 분량 제한이 없는 경제·국제관계 현안 관련 논문·기고문·보고서 등의 추가 서류까지 요구했다. 한 중진 의원실 보좌관은 이를 두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의안 발의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좀 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태영호 당선인은 4급 보좌관 모집공고에 자격요건으로 '영어 능통'을 내걸었다. 담당 업무는 정책 및 의정활동 전반과 더불어 영어 연설문·메시지 작성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 당선인이 외신 또는 해외 기관과 잦은 소통이 예상돼 영어가 능통한 보좌진을 곁에 두려는 것이다.

    또 다수 의원실은 프리미어·파이널컷·포토샵 등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보좌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유튜브 채널 개설 등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를 위해 글쓰기 능력은 기본에 능숙한 동영상 편집 기술까지 원하는 것이다.

    고스펙 보좌진 채용을 원하는 의원실이 늘어나면서 이번 총선 이후 구직난을 겪는 보좌진의 생존은 한층 더 어렵게 됐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200여 명의 통합당 낙선 의원실 보좌진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본다. 의원 수가 92명에서 84명으로 쪼그라든 당의 상황에 수요보다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與 "타당 출신 정밀검증할 것" 으름장…제 식구 감싸기 급급

    게다가 이들은 총선에서 압승해 비교적 자리가 여유로운 민주당으로 갈 수 없는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윤호중 사무총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검증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사실상 통합당 출신 보좌진의 이적에 빗장을 걸며 제 식구만 감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의원실 채용 페이지의 대부분이 민주당 의원실 공고지만 통합당 출신 보좌진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낙선한 의원들까지 구직난 해소에 나섰다. 20대 총선에서 낙선 후 이번에 국회에 재입성한 통합당 3선 의원은 "4급 비서관 한 자리 빼고는 의원실 구성을 마쳤다. 총 5명의 의원이 보좌진을 추천해 채용했다"고 말했다.

    통합당 낙선 의원실 보좌진, 한국당으로 대거 이동

    일부 보좌진은 미래한국당 당선인실로 이동했다. 미래한국당은 19명의 의원 중 18명이 초선 의원으로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이 의정경험이 부족한 당선인들에게 보좌진을 추천한다. 통합당 중진 의원실에서 한국당 초선 의원실로 이동한 한 보좌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모든 보좌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낙선 의원의 추천을 통해 한국당 초선 의원실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제 주변에 실직자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이 한국당 초선 의원실로 (이력서를) 넣고 있다"며 "아무래도 (초선은) 경험 있는 보좌진이 필요하다. 낙선 의원들이 (초선 의원에게 보좌진을) 추천하고 면접을 거쳐 채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