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친족' 등에 한해 증언거부권 행사 가능… 지인 등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증언 거부 안돼
  • ▲ 현행법상 본인 혹은 친족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 때 등에 한해 증인은 법정 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정상윤 기자
    ▲ 현행법상 본인 혹은 친족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 때 등에 한해 증인은 법정 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정상윤 기자
    지난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58·구속) 씨 재판이 한창이었다. 이날 증인으로 선 공주대학교 대학원생은 자신의 지도교수가 연관된 질문에는 증언을 주저했다.

    법정 내 침묵이 흐른 상황도 있었다. "정씨 딸 조민 씨가 공주대 실험실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없었는데도, 2009년 8월 논문초록과 포스터에 저자로 조씨 이름을 넣어준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검찰 물음에 대해서다.

    "기억이 나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판부는 말을 잇지 못하는 증인에게 "기억이 나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누군가를 곤란하게 해도 답변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이어 "누구도 (증인에게) 책임을 안 물으니 답변하라" "누구를 눈치볼 필요도 없으니 다시 대답하라" 등 대학원생에게 증언을 유도했다.

    현행법상 증인은 법정 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피고인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증인은 모든 질문에 대해서 증언거부권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증인은 △본인 혹은 친족, 친족관계에 있던 자가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을 때 △변호사, 의사, 간호사 등 업무상 비밀을 지켜야 할 때 △공무원 혹은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알게된 사실에 대해 감독 관공서의 증언 승낙이 없는 때 등에 한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147~149조) 

    이를 뒤집으면 공주대 대학원생의 경우처럼, 함께 일한 교수나 지인 등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씨 재판부가 증인에게 '답변해야 할 의무'를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본인·친족 등에게 불리한 경우 증언 거부 가능" 

    형사 전문의 한 변호사는 "증인이 피고인 혹은 다른 관련자에게 불리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증언을 거부해서는 안 되고, 실제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재판장이 '증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는 증언을 강요한다기보다 엄밀히 말하면 당연한 재판장의 지휘"라고 설명했다.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는 "증인은 증언도 거부할 수 있고 증인이 되는 자격도 거부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권리와 연관되지만,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질문에는 대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