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KBS 뉴스9, 조국 불리하게 왜곡보도"… 방심위 "왜곡보도" 사유로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조국(56)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김경록·37) 인터뷰를 보도한 'KBS 뉴스9'가 "'선택적 받아쓰기'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방심위의 이번 징계 결정은 "KBS가 조 전 장관 부부에게 불리한 내용만 취사선택해 왜곡보도했다"는 유시민(61·사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방송계 일각에서는 '코드 징계'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방심위로부터 중징계받은 KBS 측은 "해당 보도에 의도적이거나 악의적 왜곡이 없었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KBS 보도는 '선택적 받아쓰기'… 객관성 결여됐다"

    방심위는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9월11일 방송된 '뉴스9'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상로 위원 등 2명이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니 의결을 보류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나머지 위원 5명이 징계에 찬성했다.

    방심위는 징계 배경에 대해 "지난해 9월11일 방송된 '뉴스9'는 '코링크라는 회사가 어떤지 알아봐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등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김경록) 인터뷰 내용의 일부만 선택·부각시켜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의 구성 및 운영에 관여해 자본시장법 및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며 "인터뷰 전체 내용의 맥락을 왜곡하고, 결론에 부합하는 일부 내용만 인용하는 등, 언론의 고질적 관행인 '선택적 받아쓰기'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방심위 결정이 내려진 후 KBS 측은 재심청구 의사를 내비쳤다. KBS 통합 뉴스룸은 공식 성명에서 "방심위를 통해 많은 민원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엄격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보도의 취재 제작 과정에서 김경록 씨의 인터뷰 내용을 의도적, 악의적으로 왜곡할 뜻은 결코 없었음을 거듭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심위 의견 진술 과정에서 이 같은 맥락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재심을 통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경심, 5촌 조카가 코링크 운용한다 말해"

    방심위가 심의한 보도는 지난해 9월11일 KBS가 정 교수의 자산을 관리해줬다는 한국투자증권 PB 김경록 차장을 단독 인터뷰한 2꼭지 분량의 기사다.

    당시 '뉴스9'는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또 다른 펀드가 투자한 더블유에프엠(WFM) 분석을 문의했고,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조범동·37)가 코링크PE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김씨의 인터뷰 발언을 보도했다. "저와 제 아내는 사모펀드 구성이나 운용 과정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조 전 장관의 해명과 달리,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투자처와 펀드 운용현황을 자세히 알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같은 해 10월8~9일 유튜브 방송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KBS가 김씨의 인터뷰를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다"며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프라이빗뱅커)의 음성변조된 발언을 원래 이야기한 취지와 정반대로 집어넣어 왜곡보도하고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인터뷰 도중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시더라" "정 교수가 많은 사람이 후회하는 일을 당한 것 같다"는 등의 말도 했지만 정작 '뉴스9' 보도에서는 빠졌다는 주장이다.

    "자기 진영 위해 싸우는 유시민은 '어용 지식인'"


    이에 해당 인터뷰를 총괄한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월1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당시 조 전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왔는데, 인터뷰 과정에서 부인이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것"이라며 "이것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한 유 이사장이 지적한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산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라 자산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며 "방어권 확보와 발언 검증을 위한 정당한 취재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 교수 때문에 자산관리인이 형사처벌 위기에 빠졌는데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 이사장에게는 오직 조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한 것 같다"면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시대정신을 앞세우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KBS는 일선 기자들의 반발에도 "외부인이 포함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 취재를 앞으로 특별취재팀에 맡기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인터뷰를 조사한 조사위원회는 11월21일 "KBS 뉴스9 보도는 '인터뷰 대상자의 발언 취지와 관계없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편집해서는 안 된다'는 한국방송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며 "검찰의 발표나 정보에만 의존하고, 사실관계 판단도 검찰의 확인 여부에 영향을 받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