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30년간 이용당했다"는데… 윤미향 "할머니 기억 달라졌다"
  •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 남구의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 남구의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구명운동에 앞장서온 이용수(92) 할머니가 더이상 수요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에 이용당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15총선 당시 이용수 할머니를 앞세워 결국 국회에 입성하게 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은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를 치매로 몰아간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년간 이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이용수 할머니 "30년간 속고 이용당했다… 수요집회 더이상 참석 안 해"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참석한 학생들이 시간을 내서 오는데도 단체에서 학생들에게 점심 한번 사 먹인 적 없다"며 정의기억연대가 받은 기부금의 사용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집회 때 돈 없는 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기부하지만 내가 벽시계 하나 사달라고 해도 안 사주더라"며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은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도 지적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자기들과 함께하는 할머니는 피해자라며 챙기지만, 단체에 없으면 피해 할머니라도 신경 안 쓰는 걸 봤다"면서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비행기만 110번 정도 탔는데 지원받은 바 없고 공동대표 직함을 주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적도 없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의 당시 10억 엔이 일본에서 들어올 때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르는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내가 알았다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단체에서 발간한 피해자 할머니 증언 기록집과 관련해서도 "증언 내용이 잘못돼 있는데 왜 책을 파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이 우리에게 미운 짓을 했지만 코로나로 고통받는 것은 별개다. 나도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함께 모은 마스크를 기부하려 한다"며 마스크 수백 장이 든 상자를 내밀었다. 

    다만 "수요집회를 없애더라도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할) 사죄와 배상은 백년, 천년이 가도 받아야 한다"며 "데모를 그만두는 대신 대구의 역사관을 교육관으로 만들어 학생들을 교육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나서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 간사를 맡은 이후 이 할머니와 함께 30년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해왔다.
  • ▲ 윤미향 당선자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 윤미향 당선자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며 할머니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페이스북 캡쳐
    이와 관련, 윤미향 당선인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며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은 "정의기억연대의 활동과 회계 등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금 목적에 맞게 사업도 집행하고 있다"며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다.

    윤미향 "할머니 기억 달라져. 영수증 모두 보관"… 여론은 "이용가치 끝났나?"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 윤 당선인은 "7일 오전에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며,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당일(2015년 12월28일) 이용수 할머니는 일찌감치 사무실로 와서 저와 변호사 등과 함께 TV로 한일 합의 발표를 봤고, 끝나자마자 같이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라고 하셔서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수요집회는 세대와 성별, 민족을 초월해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인권교육의 체험 현장이 되고 있다"며 "이용수 할머니의 30여 년을 포함해 수많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시간들, 그 세월 몫까지 제 삶에 담아 21대 국회에서 '죽은 자들의 몫까지 해내는 운동'을 만들어가겠다. 제가 갈 길은 그 길밖에 없는 것 같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을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네티즌 우OO은 "정대협 (현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있었고, 지원단체와 (일부) 할머니들간의 갈등도 예전부터 있었다"며 "할머니 기억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일부 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취지를 보지 않고, 할머니를 기억력 흐려진 노인 취급하는 수법으로 비판을 피하려는 것은 정말 짜증난다"고 힐난했다.

    네티즌 k****은 "당선되셨으니 이용가치가 끝났지. 문이 일본과의 외교도 필요하고, 이제는 국회도 과반수 이상으로 총알을 채웠고, 이젠 이분들이 짐이 되겠지"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 sun****은 "할머니를 이용해서 호위호식하고 이제 진실을 밝히는데 적반하장으로 할머니 정신감정을 운운하다니 참으로 더러울 대로 더러운 단체”라고 비난했다.

    이외 "할머니들을 앵벌이로 이용해 호의호식하는 이런 인간이 국회의원이라고?( kdg****)" "국회의원 나으리 되었으니 이제 할머니는 용도폐기하기 위해 기억 왜곡이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치매 걸린 노인으로 만들어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구나(atlan****)" "적어도 할머니들의 아픈 상처 팔아서 국회의원 하는 일은 천벌을 받을 일이다(bagdad****)" 등의 글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