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 “한국, 중국인 입국금지 말아달라”…정부, 허베이 경유 외국인 입국금지
  • ▲ 지난 1월 29일 청와대 인근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29일 청와대 인근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도 4일부터 허베이성 출신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 중국 정부와 CNN 보도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세계 60여 국가가 이미 중국인 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 “중국 거친 외국인 입국금지”…세계 62개국 중국인 입국 규제


    중국 외교부가 지난 1월31일 자국민에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는 모두 62개국이다.

    태국·인도네시아 등 47개국은 입국하는 중국인에게 체온측정과 건강검사를 한 뒤 아무런 이상이 없어야만 입국을 허용한다. 우리나라는 오늘까지 여기에 속한다. 4일부터는 허베이성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 제주도의 외국인 무비자 입국도 중단한다.

    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5개국은 최근 2주 이내 우한시를 비롯한 허베이성에 들른 사람은 입국을 금지한다. 싱가포르 등 6개국은 중국인의 입국비자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북한·사모아·트리니다드토바고 등 4개국은 중국인의 입국 자체를 금지했다.

    북한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전면 중단한 것은 물론 외교관 등 공무로 입국하는 사람이나 중국에 출장을 다녀온 당 고위층도 한 달 동안 격리한다. 외국에 나간 자국민의 입국도 금지했다. 최근에는 중국 측에 “탈북자 북송을 한동안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지난 2주 사이 중국을 거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는 국경을 봉쇄한 북한·러시아·몽골 다음 가는 조치다. 폴리티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에 남아 있는 미국인에게 강제출국 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 ▲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일 허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일 허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인 입국 규제와 별개로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이탈리아·스페인·핀란드 등 대부분의 서방국가는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몽골·카자흐스탄·대만·베트남·인도네시아·이란·파키스탄·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도 중국과의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WHO와 중국 “중국과의 여행·무역제한 말아달라”


    세계 각국이 이 같은 조치를 한 시기는 지난 1월31일 전후였다. WHO는 이날 세 번째 긴급회의를 연 뒤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이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WHO는 비상사태를 선포해 놓고는 “중국이 방역을 철저히, 제대로 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여행금지나 무역제한에는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인 입국을 규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말라”는 신임 주한 중국대사의 호소가 발표된 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와 인터뷰를 보도했다. 싱 대사는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관련 정보를 제때 발표했고, 데이터를 공유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우호국이 중국에 도움과 지지를 보낸다”면서 “WHO도 중국과의 여행 및 무역제한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는데, 미국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지나친 행동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중국의 주장보다 국민여론에 더 귀를 기울였다. 이날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65만 명을 넘어서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직접 “제주도의 외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자 결국 정세균 총리를 통해 “허베이성 출신 또는 그곳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제주도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