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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이음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제작발표회 현장.ⓒ스토리피
유희의 공간인 노래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
2014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이하 '우노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작으로, 2월 8일부터 3월 8일까지 서경대 스콘 1관에서 공연한다.
2008년 초연된 '우노얘'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수장인 민준호 작·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펼쳐지는 사랑, 청춘, 가족애를 다룬다. '노래방'은 극중 등장인물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공간'이 아닌 '대화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민준호 연출은 "제목은 극 중 아들 희준의 첫 대사다. 이 작품의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해 그대로 사용했다"며 "노래방에서 소통의 부재에 빠져 있는 인물들이 노래가 아닌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상황을 에피소드로 엮었다. 어릴 때 거리감을 주제로 연출해 보고 싶어서 20대 후반에 썼다"고 밝혔다.
연극은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에피소드마다 들리는 친근한 가요들은 몰입감과 재미를 더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속정은 깊으나 대화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로 곪아 있는 부자의 모습을 담는다. '아들과 여자친구'는 타협할 수 없는 서로의 사랑 방식으로 인해 마찰하는 연인의 이야기다.
'여자와 그녀의 친구들'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은 민정의 이야기를, '아버지와 여인'은 중년 커플의 모습을 그린다. '대학 동창 세 아줌마'는 서로 모여 20년 전의 이야기를 꽃피우며 각자의 사랑과 꿈 이야기를 나눈다.
민 연출은 달라진 점에 대해 "6년 전 여러 버전을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민정의 여자친구들이 나오는 버전과 엄마인 보경의 친구들이 나오는 버전을 합쳤다. 신을 더 늘리고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변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우노얘'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듯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많은 질문과 메시지를 던진다. 무대 위에는 두 가지 공간인 노래방과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를 '화장실'로 지칭하며, 등장인물의 답답한 심리상태를 푸는 해우소 같은 기능을 한다.
민 연출은 "연애가 잘 안되고, 내뱉지 못한 억한 심정을 어떻게 풀까 상상하다가 노래방이 생각났다. 카페에서 소리지를 수 없지 않느냐. 노래방에서 이야기하고 싸우고 우는 황당한 공연을 만들고자 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아직 노래방 공간이 남아있으니 아직까지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재혼을 결심한 '민재' 역은 간다의 창단 멤버인 진선규를 비롯해 김민재·차용학이 출연한다. 엄마 '보경' 역은 유지연·정연, 아들의 여자친구인 '민정' 역에 박소진·한수림, 이버지와 서먹한 사이인 '희준' 역은 오의식과 윤석현이 캐스팅됐다.
1인 2역인 '은혜·유정'에 정선아·김하진, '정연·유연'은 유연·이지혜가 낙점됐다. 극의 초반부터 관객과 호흡하며 공연을 이끄는 작품의 해설자인 '노래방 주인'은 임강성과 오인하가 분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초·재연에 이어 삼연에 참여하는 진선규는 "제가 스타요? 사람들이 더 알아봐 주는 것 말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간다 식구들과 같이 모여서 놀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공연을 계속 하는 이유는 일정 마치고 집에 가서 쉬는 것과 같다. 여기 오면 편하다. 지금 부족한 것을 공유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