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6일 이 의원에 벌금 1000만원 확정…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성 침해, 의원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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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보도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1) 무소속 의원이 16일 벌금 1000만원을 확정 선고받았다. ⓒ뉴시스
'세월호 보도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1) 무소속 의원에게 대법원이 벌금 1000만원을 확정판결했다. 1987년 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다만 이 의원은 벌금형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는 선고 직후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6일 오전 11시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의원은 방송 편성의 독립성을 침해한 혐의로 처음 유죄를 받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벌금형이 확정됐으나 이는 국회의원직 박탈, 피선거권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방송 편성 독립성 침해' 혐의 첫 유죄이 의원은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2017년 12월19일 재판에 넘겨졌다. KBS는 2014년 세월호 참사(4월16일) 직후인 4월21일,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양경찰청(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2013년 6월3일~2014년 6월8일)이던 이 의원은 직후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항의하면서, 해경에 대한 비판보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이 의원이 위반한 방송법 조항은 4조와 105조다. 방송법 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동법 제105조는 "4조 2항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이 의원은 '당시 보도국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었고, 사적으로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12월14일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의 행위가 방송법에서 금지한 편성에 관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2심 재판부 역시 지난해 10월28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2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고 판단했다.그러면서 "청와대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런 행위가 종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 가벌성(처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이정현 "세월호 유가족께 송구… 32년 만의 첫 처벌, 법조항 보완 필요"대법원도 이 의원의 혐의가 방송 편성에 간섭한 행위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방송법 제4조 2항에서 정한 '방송 편성에 관한 간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에 '방송 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수긍한다"고 밝혔다.이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송 편성 독립 침해 혐의로 32년 만에 처음 처벌받는 사건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관련 법조항에 모호성이 있다는 점과, 그래서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과, 보완점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도 전했다. 그는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돼주기는커녕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