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靑 하대감 게이트'에 이틀째 침묵… 한국당 '친문농단진상조사위' 구성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0차 국회혁신특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0차 국회혁신특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틀째 침묵했다. 이번 사건이 '제2의 조국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견해 발표를 자제하면서 해법 마련에 골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까지 정국을 주도할 '키'로 보고 총력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해찬, '조국 감싸기' 역풍 재현될라 전전긍긍?

    민주당 지도부는 27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개입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폭로하자 일제히 침묵했다. 이른바 '김기현 첩보문건'을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던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하고, 박 비서관이 이를 다시 경찰청으로 내려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28일에도 당 지도부는 아무런 견해를 내지 않았다. 지난 조국사태 당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과도한 '조국 감싸기'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결국 이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민주당은 "일단 지켜보자"면서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국회 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년 4월 총선 전 미북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국가 안위도 팔아먹는 매국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오전 당 회의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전날 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것과 관련해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황교안 대표께서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우리 국회는 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에 대화와 협상으로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백원우, '김기현 첩보 전달'은 인정, 하명수사 의혹은 부인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각종 첩보 및 우편 등으로 접수되는 수많은 제보가 집중된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에 대한 검증 및 감찰 기능을 갖고 있지만, 수사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한 첩보나 제보는 일선 수사기관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통례이고, 수십년 넘게 이뤄져온 민정수석실의 고유 기능"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첩보'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하명수사'가 아닌 '일상적인 업무'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백 부원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고, 따라서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이첩받은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백 부원장의 해명에 대해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백원우 부원장의 해명을 봤는데, 지금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당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반면, 한국당은 총공세에 나설 기세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더불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우리들병원 대출의혹을 '3종 친문농단 게이트'로 규정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당은 조만간 국정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에 곽상도…"국정조사 추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검은 손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울산시장에 당선된 송철호는 누구인가. 8번 낙마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라는 분 아닌가. 정말 21세기에 이런 관권선거가 있을 수 있는가"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면서 "낮은 직위로 포장된 실세의 느낌이 감지된다. 뿌리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한국당은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곽상도 위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을 총망라해 이 권력형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추진계획도 밝히며, 민주당을 향해서는 "이 정권과 범죄공동체가 되지 말고 몰락의 운명을 함께 가지 말라"며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내에 있는 인사부터 당 외부에 있는 진상조사 능력이 탁월한 분들을 모두 모아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정당들이 있다면 같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