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대구 이어 서울동부, 대전으로 확대… "사법부가 정치판 되나" 법조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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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이 2020년 원장 후보 추천제 시범실시 대상 법원으로 서울동부지법과 대전지법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윤 기자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 법원장을 결정하는 제도, 이른바 '법원장후보 추천제'가 서울동부지법·대전지법에서도 시행된다. 이 제도는 사법행정의 민주성·전문성을 기한다는 취지로 올 초 처음 실시됐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장후보 추천제로 '사법부의 정치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대법원은 2020년 법원장후보 추천제 시범실시 대상 법원으로 서울동부지법과 대전지법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재연(63·사법연수원12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1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법조경력 22년 이상, 법관경력 10년 이상의 법관을 법원장으로 추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장후보로는 3명 이상 추천해야 한다.법원장후보 추천제는 지난 2월 의정부지법·대구지법에서 처음 실시됐다. 대구지법원장에는 법관들의 추천을 받은 손봉기(54·22기)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의정부지법 법관들이 단수추천한 신진화 부장판사(58·29기)는 법원장에 임명되지 못했다. 김명수(60·15기) 대법원장은 장준현(55·22기) 판사를 의정부지법원장으로 직권 임명했다.대법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근본 취지는 대법원장이 권한을 내려놓고 해당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사법행정의 전문성 및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난 12일 설명했다.대법원 "사법행정의 민주성·전문성 위함이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법원장 임명에 판사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사법행정의 전문성과는 관련 없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왔다.우선 법원장후보 추천제가 사법부의 민주성 확보에는 긍정적이라는 평이 있다. 강민구 변호사는 "(제도가) 일장일단이 있지만 현재 세태에서는 오히려 판사들의 민주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독재정권의 독단에 의해 낙하산인사나 말도 안 되는 기수 추월 인사 등의 폐단을 막고 정치판사를 퇴출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사법부가 특정 성향에 따라 '편 가르기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사법부가 선출직을 뽑는 정치권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법원장후보 추천제가 제도의 취지인 '전문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법조계 인사도 있었다.박주현 변호사(한변 청년위원장)는 "대한민국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판사인데, 법원장 추천제로 인해 자칫하면 사법부가 직업정치판처럼 될 수 있다"며 "사법행정의 민주성·전문성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판사가 법원장을 추천하는 제도가 전문성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전문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 "직업정치판 우려"'사법부의 정치화 우려'와 함께 사법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들이 합리적 판단에 따라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재 사회 분위기에서 소신껏 추천하는 법관이 드물 것"이라고 반박했다.이헌 변호사는 "법률을 적용하고 판단하는 사법기관이 법률에도 없는 법원장 추천제를 시행하는 것은 반법치적으로 개탄할 일이고, 사법의 정치화로 말미암아 헌법적 가치인 사법의 독립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서초동의 강모 변호사 역시 "법원 인사에까지 정치가 개입할 여지가 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판사 출신의 A변호사는 "법원장후보를 판사들에게 추천하라는 의미는 결국 사법부에서 선거하자는 것 아니냐"며 "모든 제도가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결과도) 다른 것 아닌가 싶은데, 현재 사회 분위기에서 소신있게 하는 판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대법원 관계자는 "법관들이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인기투표 형식으로 후보자를 추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법원장이 될 분의) 전문성과 공정성, 훌륭한 인품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추천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에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