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들 불출마 압박에… 중진들 "지역-선수 정해서 나가라 마라 할 문제 아니다" 반발
  • ▲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교안 대표의 '보수 대통합'을 지지하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김종섭, 신보라, 이양수, 김현아, 김석기 의원)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교안 대표의 '보수 대통합'을 지지하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김종섭, 신보라, 이양수, 김현아, 김석기 의원)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7일 “중진 의원들이 희생해 준다면 박수를 보내며 동참하겠다”며 용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적혁신의 길’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상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흠발(發) 중진 용퇴론이 한국당 내 초‧재선과 중진 간 세 대결로 비화할 조짐이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의 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황교안 당대표가 제시한 보수대통합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향후 보수대통합의 길에 밀알이 되기로 결의했다”며 “내년 총선과 관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에 백지위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초선 의원들이 이날 오전 7시30분쯤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진 회동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다. 모임에는 이양수‧추경호‧송언석‧민경욱‧김종석‧김석기‧신보라‧강효상 의원 등 21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견해를 조율한 후 한국당 초선 의원 44명 전원의 동의를 거쳐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당은 국민이 원하는 중도를 아우르는 보수대통합과 인적혁신에 반드시 부응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되찾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의원 모두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했는가에 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 흐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누군가의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쇄신 물꼬 트기 위해 헌신‧용기 필요”... 중진들 압박 

    특히 이들은 “늘 위기에서 빛났던 선배 의원님들의 경륜과 연륜이 또 한번 빛을 발해야 하는 중요한 때”라며 “선배 의원님들께서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큰 걸음걸이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김태흠 의원이 쏘아올린 ‘중진 의원 용퇴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초선의원들은 선배 의원님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지금껏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숨죽이던 모습이 부끄럽다. 국민 눈높이에서 좀 더 용기 있게 나서지 못한 점도 깊이 반성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들도 책임을 지겠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우리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진이면 ‘쇄신’ 대상?… 유기준‧김정훈 등 노골적 불쾌감 

    초선 의원들의 이 같은 압박에 중진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졸지에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꼴이기 때문이다. 

    김태흠 의원이 콕 집은 ‘강남 3구와 영남지역구 3선 의원’에 해당하는 4선의 유기준 한국당 의원(부산 서‧동구)은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바이나, 어느 지역과 몇 선이라는 인위적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며 “지역과 선수를 정해서 말하는 것은 우리 당이 바라지 않는 모습이 실현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4선의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도 전날 성명을 통해 “3선 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들도 아니다”라며 “자신의 정치역정에 비춰 판단할 문제이고, 공천 절차에 따라 교체하면 되는 것이지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마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내부에서는 “‘보수대통합과 인적쇄신’ 이루려다 ‘당 분열’만 생기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초‧재선과 중진 간 세 대결이 가속화한다면 당 대 당 통합은커녕 총선 전 내홍에 휩싸일 분위기”라며 “중진을 무리하게 쇄신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