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다른 게 아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이 왜 문재인 정권을 저토록 구박하느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586 운동권은 NL(민족해방) 계열, 즉 좌익 중에서도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추종하는 PD 계열이 아니라 북한에 우호적인 계열이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통령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제발 김정은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라”며 애걸을 해온 사람이다. 이 정권의 통일부장관인가 뭔가 하는 친구는 북한이 우리 측 축구선수들을 박대하고 텅텅 빈 운동장에서 시합을 하도록 한 행패에 대해 “우리 응원단이 없었으니 저쪽이 자리를 비운 건 공정한 것”이라는, 말 같지 않은 말을 ’말이랍시고‘ 지껄여댔다.

     이런 문재인 정권이라면 북으로서는 “아이고 내 새끼 신통해라” 하며 등이라도 쓰다듬어줄 법하련만 실제로는 영 그게 아니다. 쓰다듬어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삶은 소 대가리가 앙천대소할 일”이라느니 “똥을 보따리에 싼다 한들 구린내가 안 나느냐?“ ”금강산 지역에 지은 남조선 시설물을 몽땅 들어내라“ 하며 문재인 너희들은 내 눈앞에서 썩 꺼져버리라는 식으로 파문(破門)을 선고했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진영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은 집단도 똑같이 적대하고 있는 꼴이다. 왜 이럴까?

     한 마디로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에겐 이미 용도폐기됐다는 이야기다.
    공산당의 전술은 예로부터 천편일률이다. 그들에겐 제1의 적, 제2의 적, 제3의 적, 제4의 적, 제5의 적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공산당은 이른바 통일전선 전술이라는 것을 쓴다. 제1의 적을 타도하기 위해 그것을 따돌리고 제2, 제3, 제4, 제5의 적을 유인해 연합전선을 꾸린다. 그렇게 해서 제1의 적이 없어지면 그다음엔 제2의 적에 대해 똑같은 전술을 쓴다. 그런 식으로 5개의 적을 차례로 다 쓰러뜨리면 나중엔 자기 혼자만 남는다. 그게 공산당 전체주의 1당 독재 상태다.

  •  자유당, 3공, 5공, 유신, 5공이 퇴진할 때까지는 김영삼 김대중 세력을 추켜세우다가 나중엔 이런 정권들도 제치고 운동권을 편들어주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문재인 정권까지 용도폐기하는 단계에 왔다. 그들은 문재인 정권보다 더 자기들에 가까운 극렬 직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통일혁명당(5공 때의 지하당), 민족민주혁명당(5공과 민주화 이후의 지하당)의 전향하지 않은 잔당, 고정간첩, 이들이 조종하는 각종 대중 홍위병 집단들이 바로 그들일지 모른다. 그들 뒤의 뒤에는 북한 통전부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이제 남조선 정치의 최일선에 와 전처럼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하여금 오랑캐를 치도록 하는 것)가 아니라 직접 개입, 조종,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백주에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추앙 집회가 열리는 것 하나만 봐도 뻔할 뻔자(字)다. 이런데도 한국 정계엔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는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바보 멍청이들이 아직도 삼시 세끼 밥을 처먹고 똥을 싸며 살고 있다.

     공산당이 우릴 적대하는 건 적(敵)이니까 그러려니 칠 수 있다. 그러나 자칭 광의(廣義)의 우파 내지는 중도우파라고 하는 위인들이 이렇게 진짜 적을 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우파를 적대하는 것을 보면 정말 구역질 난다. 퇴퇴퇴, 쐬쐬쐬,.. 나라가 망하면 그런 얼치기들도 완장 찬 무리의 죽창에 찔려 뒤지거나 아오지로 끌려가는 꼴을 한번 보고 싶은 충동도 가끔 든다.

     김정은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유효기간은 너무 짧았다. 아마도 트럼프란 예측 불능의 흥정꾼이 김정은을 문재인 없이 만났을 때 ”저 복덕방 친구 웃긴다(That guy is really funny). 이제부턴 우리 직접 거래하자“고 꼬셨을지도 모를 일? 이건 물론 증명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자, 그러면 결론을 내리자. 북한이 왜 문재인 정권을 저처럼 초상집 개 취급을 하는가? 
    그만큼 ’남조선 혁명사업‘에 대한 북한 공산당 직접경영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껍데기는 가라, 혁명 본당(本黨) 납신다”란 뜻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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