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이동발사' 놓고 안보실장·국정원장 이견… 靑 "언론 해석 차이로 안보 차질"
  • ▲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은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능력이 없다”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1일 국회 국정감사 발언이 촉발한 TEL-ICBM 논쟁에 대해 청와대가 “일부 언론의 억지주장”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청와대는 5일 북한 ICBM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청와대는 “북한 ICBM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해석상의 차이를 이용해 국가안보에 큰 차질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靑 “北, TEL을 운반과 ·직립에만 사용했기에 TEL 발사 아냐”


    자료는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이 TEL로 ICBM을 발사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북한 ICBM의 TEL 발사에 대해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은 같은 분석과 입장을 갖고 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방식은 TEL로 운반만 하고 미사일을 차량에서 분리해 발사하는 형태이므로 TEL 발사가 아니다”, “동창리 시설이 폐기될 경우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 못 한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는 “서훈 국정원장은 국감에서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사례는 있다’고 말했으며, 북한은 TEL로 미사일을 옮긴 뒤 발사 장소에 받침대를 세워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므로, 서훈 원장과 합참 정보본부장의 이야기는 서로 배치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TEL이란 운반(Transporter), 직립(Erector), 발사(Launcher)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운용하는 체계이나 북한은 ICBM을 3번 발사할 동안 TEL을 운반과 직립까지만 이용했을 뿐 발사는 미사일을 따로 떼 실시했으므로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TEL로 운반과 직립만 하는 것은 TEL 발사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억지스러운 주장은 이어졌다. 청와대는 “국감장에서 안보실장이 ‘동창리 기지가 완전히 폐기되면 ICBM을 발사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이곳을 폐쇄하면 ICBM 개발에 필수적인 미사일 엔진 시험도 할 수 없게 되므로 추가적인 ICBM 개발 및 발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 ▲ 북한이 2017년 7월 발사한 '화성-14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2017년 7월 발사한 '화성-14형' 장거리 탄도미사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북한 ICBM을 둘러싼 논쟁은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언론의 억지 주장'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안보 담당자들의 발언이 실제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정의용 “北, 이동식 발사 차량서 ICBM 쏘기 어렵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정의용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폐기하면 ICBM 도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한 말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ICBM을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합참 정보본부장이야기로는 ICBM 발사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식 발사 차량(TEL)으로 가능하다던데 아느냐”고 묻자 정의용 실장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이 폐기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는 TEL에서 ICBM을 발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서훈 국정원장의 말 바꾸기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약간 해석의 차이가 있지만 (정 실장의 주장은) 저희와 생각이 같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이 발사대를) 이동해서 고정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쏜 적도 있고, 별도의 지지대를 만들어 발사한 적도 있다”며 “북한이 TEL로 ICBM을 운반하기는 했으나 TEL에서 미사일을 바로 쏜 것이 아니므로 그 말(정 실장의 답변)이 틀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 ▲ 2015년 9월 중국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DF-31A와 이를 운반하는 TEL. TEL은 운반수단일 뿐이다. 과거 소련은 탄도미사일의 지상발사 시험을 현재의 북한처럼 별도의 거치대를 설치해 실시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9월 중국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DF-31A와 이를 운반하는 TEL. TEL은 운반수단일 뿐이다. 과거 소련은 탄도미사일의 지상발사 시험을 현재의 북한처럼 별도의 거치대를 설치해 실시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은 날 국가정보원에서도 국정감사가 마무리 된 뒤인 오후 5시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이은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민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국감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은재 의원은 “TEL로 ICBM을 싣고 가서 발사대를 설치하고 쏘는 것도 결국 이동식이라는 것이 서훈 국정원장의 답변”이라며 “국정원은 그보다 북한 미사일 연료가 고체연료로 바뀌는 것이 우리나라에 굉장한 위협이 된다더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TEL에 대한 정부 내 의견 엇박자라는 지적이 있어서 (서훈) 원장에게 직접 이 답변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약 두 시간 뒤 이혜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자들에게 와서 “서훈 원장 말은 북한이 과거 TEL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지만 최근 기능에 문제가 생겼는지 TEL을 미사일 이동에만 사용하고, 이후 발사지점에서는 별도의 거치대에 올려 쏜다는 설명”이라며 앞서 여야 정보위 간사가 전한 말을 다시 뒤집었다.

    이 의원은 이어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이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북한이 TEL을 이용해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던 것을 두고도 “그 부분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 정도로는 불안했는지 국정원은 이날 국감을 취재한 기자들에게 “북한은 ICBM을 TEL에 실어 발사 지점으로 이동했고, 고정 거치대에 세워놓은 뒤 TEL은 현장을 벗어나고 고정 거치대에서 발사했다고 보고했다”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