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 호, 중국→토고→무국적으로 선적 변경58일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끈 것은 이례적尹정부, 文정부와 달리 유엔 대북제재 적극 집행
  • ▲ 3일 부산 감천항 인근 묘박지에 대북 제제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선박(3천t급·승선원 13명)이 정박해 있다. 우리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연루가 의심되는 무국적 선박을 최근 영해에서 나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이 어떤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 측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해 당국은 내부 화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 3일 부산 감천항 인근 묘박지에 대북 제제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선박(3천t급·승선원 13명)이 정박해 있다. 우리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연루가 의심되는 무국적 선박을 최근 영해에서 나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이 어떤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 측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해 당국은 내부 화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우리 당국에 억류된 무국적 선박 '더이'(De Yi)호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약 두 달 사이에 북한에 들러 무연탄을 적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상한 항적을 보여온 이 선박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하고 있어 당국은 내부 화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나타난 운항기록을 분석해 더 이호가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고 4일(현지시간) 전했다.

    AIS를 끄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밀수수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AIS를 상시 켜두고 운항하도록 의무화한 만큼 화물선이 위치 신호를 끄고 두 달이나 잠적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 ▲ ⓒ한국 해양수산부 선박 입출입 현황
    ▲ ⓒ한국 해양수산부 선박 입출입 현황
    더이 호는 2023년에는 운항하지 않다가 지난 1월 7일 중국 웨이하이 항 인근 바다에 등장했다. 웨이하이 항 부두에 접안한 더이 호는 같은 달 25일 뱃머리를 한반도로 돌렸고 28일 새벽 1시쯤 부산항에 입항했다.

    더이 호는 부산항 입항 약 17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6시5분 한국 항만 당국에 다음 목적지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신고한 뒤 재출항했다. 더이 호는 부산에서 울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약 4시간 만인 29일 오후 10시쯤 다시 기수를 부산 방면으로 돌렸다.

    그렇게 대한해협까지 남하한 더이 호는 다음 날인 1월 30일 오전 6시23분쯤 위치 신호 발신을 중단하며 지도에서 사라졌다가 58일 만인 3월 28일 한국과 중국의 중간 수역에 재등장했다.

    이후 더이 호는 한국 남해를 따라 이동하다가 3월 30일 전남 여수항 인근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에 의해 나포됐다.

    3월 18일 중국 산둥성 스다오항에서 창고가 빈 상태로 출항했던 더이 호가 열흘가량 북한 남포항에 머물며 만선이 된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에서 무연탄 등을 집중 적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다오항은 지난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중국이 북한산 석탄을 밀수입하는 곳"으로 롄윈강 항구에서 육로로 500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남포항 역시 유엔으로부터 '수상한 불법 활동의 허브'로 지목된 장소다.

    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에 따르면 중국 선적의 장신 11호였던 더이 호는 지난해 5월 토고 선적을 취득하며 새로운 이름과 선적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이 선박은 현재 무국적 상태다.

    VOA는 더이 호가 토고 선적을 취득한 이후 "운항 기록은 웨이하이 항에서 부산항으로 이동한 올해 1월과 최근 한국 정부에 억류될 때가 전부로, 그 외 항적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며 "고가의 화물선을 구매한 선주가 선박을 묵혀 두긴 어려운 만큼 주로 AIS를 끈 채 운항했고, 그만큼 불법 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선박의 등록 소유주는 중국 홍콩 소재 'HK 일린 쉬핑'으로, 더 이호 한 척만 소유한 초소형 회사"라고 지적했다.
  • ▲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적발 내역. ⓒ뉴시스
    ▲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적발 내역. ⓒ뉴시스
    여러 차례 재제 위반 논란에 휩싸인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적극적인 제재 집행 사례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는 북한산 석탄이 파나마 국적의 '스카이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국적의 '리치글로리호'를 통해 국내에 밀반입됐다는 첩보를 2017년 10월3일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달했다. 스카이 에인절호는 2017년 10월부터 북한산 석탄을 싣고 와 7차례에 걸쳐 인천·울산항 등에 하역했다는 의심을 받은 선박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석탄 반입 관련 관계부처회의'를 연 것은 2018년 7월 20일이 돼서였다. 이후 정부는 북한산 석탄 반입 혐의가 확인된 외국 선적 선박 4척에 대해 8월 11일부터 입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안보리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상 금지행위 연루 의심 선박을 자국 영해상에서 나포·검색·억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우리 정부는 해당 선박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와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