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공급 카드는 북러조약 사문화 협상韓, 트럼프 집권시 독자 핵무장 추진해야韓美 신뢰강화 위해 대만해협서도 의무 다해야대북전단 공개 살포, 안보에 큰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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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뉴시스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을 계기로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복원했다. 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조약으로 안보 위기가 불거짐에 따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나아가 '독자 핵무장론'이 국내외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핵 전략가인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26년 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대북통이자 외교안보 전문가다.유 이사장은 지난 21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응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담판하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북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에 자신감을 갖고 러시아를 설득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유 이사장은 "1961년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조소조약)이 실제로 작동되지 않고 '사문화'(死文化) 됐듯이 북러조약 자체를 사문화시켜야 한다"며 "러시아가 북러조약을 이행하면 오히려 러시아의 안보와 국익에 해롭다는 점을 러시아 스스로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북러조약에 따른 동북아 안보지형 급변을 우리의 독자적인 방어 능력을 확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위기는 기회'라고 했듯 전화위복이 돼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다음은 유성옥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 ▲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AP/뉴시스
▲'북러조약'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맺은 조약인데, 일반의 예상보다 합의 수준이 강하다. 문서상으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보다 더 강해 보일 정도다. 물론 주한미군의 존재를 고려하면 북러조약은 한미조약보다는 느슨하다. 그러나 북러조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북한에 러시아군이 주둔하거나 한미연합훈련 수준의 북러 간 군사훈련을 하게 된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된다."▲북러가 한미 연합훈련을 "무력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연합훈련을 벌일 빌미로 삼을 수도 있을 듯하다."북한이 러시아라는 확실한 '뒷배'가 생겼으니 '북러조약을 맺었는데도 옛날처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해?'라며 크게 반발할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가 즉각 개입할 수 있고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러시아가 지원할지는 알 수 없다." -
- ▲ 북한 김정은과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북러조약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1961년 '조소조약'이 실제로 작동되지 않고 사문화됐듯이 북러조약 자체를 사문화시켜야 한다. 러시아도 주권 국가이므로 서방이 압박한다고 해서 조약을 바로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북러조약을 이행하면 오히려 러시아의 안보와 국익에 해롭다는 점을 러시아 스스로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옵션을 거론한 것도 강한 압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러시아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살상무기 리스트를 뽑고, 이 살상무기를 어떻게 조합할지 단계별 계획을 짜야 한다. 북한이 지원한 재래식 포탄보다 훨씬 위력이 강한 우리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다면 러시아가 큰 안보 위협을 느낄 것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면 러시아도 대북 첨단기술 지원 및 한반도 군사개입 등 한국이 우려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하게 만들어야 한다."▲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금 바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국은 언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하지만, 러시아를 배려해서 지원 시기를 늦췄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협상카드이자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경고한 뒤 러시아가 태도 변화(조약의 사문화 노력)를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까지 인내했는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니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러시아에 더 심각한 타격을 주고 더 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러시아의 태도 변화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나."합의만 해 놓고 실제로 러시아가 이행하지 않는 것, 즉 '사문화'가 바로 태도 변화다. 물밑 교섭과 전략대화를 통해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테니 북러조약을 사문화해 달라'고 러시아에 요구해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기술이전도 하지 않고, 인력이나 에너지 지원도 아주 제한적으로 한다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된다." -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열린 취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AP/뉴시스
▲외교부가 러시아와 전략소통을 하고 있다고는 한다."이번에 북러가 매우 판을 크게 흔들었다. 큰 판은 큰 판으로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담판하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러시아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말라고 한다면, 우리는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과 전략핵잠수함 기술 등 민감한 핵기술,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이전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이 악용될 소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과 같은 편이 돼 동북아 안보 지형을 흔드는 상황에서 한러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을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 북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러시아를 설득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그간 미국과 나토가 요청한 대로 우크라전 초기에 우크라에 살상 무기를 지원했다면 우크라전이 장기화하지 않았을 것이고, 북러조약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 책무를 방기한 결과가 아닌가."책무를 방기한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개전 초기 서방세계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를 압박했다면 오늘날 이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러시아를 나름 배려해 사실상 지원을 안 했는데, 오늘날 돌아온 것은 매우 험악한 북러조약이다. 러시아에 대한 짝사랑의 결과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전략적 레버리지로 사용하려고 했는데 작동이 안 됐다. 먼저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그 지원을 중단하거나 감축하는 것을 레버리지로 활용했다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 유럽 같은 서방 세계와의 더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우리의 국익에도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유일하게 한국만 푸틴 취임식에 주러대사를 참석시켰다."나름 전략적 고려를 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과거 우리가 북한을 '짝사랑'했듯 러시아를 짝사랑하며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사회주의 강대국들, 불량 국가들에는 우리가 선의를 베풀어도 의리를 지킨다는 개념이 없다. 그간 우리는 북한에 철저히 속지 않았나. 박근혜 정부 때는 중국에도 속았다. 박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에 천안문 망루에 올라갔지만 돌아온 것은 사드 보복이었다. 푸틴 취임식에 참석한 결과는 북러조약이었다.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외교가 아니라 상대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따져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우 전략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
- ▲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2023년 3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 정상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우리와 대조적인 사례로 호주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영국, 호주의 삼각동맹인 오커스가 비핵국인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호주는 미국의 대중 압박에도 직접 관여했고, 우크라이나전에서도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친구도 A급, B급, C급이 있다. 'B급 친구'인 한국에 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A급 친구에게는 달라는 대로 다 줄 수 있다. 핵잠수함 기술도 그래서 호주에 이전한 것이다. 일본도 미국에서 볼 때는 A급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관계가 과거에 비해 공고하게 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든 인간관계든 '기브앤테이크'가 기본이다. 우리가 별로 주는 게 없는데 달라고만 할 수 없다. 우리 안보지형 자체가 신냉전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했다면 빨리 미국 편에 보다 확실하게 섬으로써 신뢰를 더 강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7월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LITEXPO)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아시아판 나토는 중국을 완전히 적대시해 북중러 3각 구도를 공고하게 할 우려가 있다. 시기상조라고 본다. 그것보다는 캠프 데이비드 합의 정신에 입각해 한미일의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일에 의해서 그들이 초토화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중국에 북한, 러시아와 밀착했더니 결국 돌아오는 것은 안보위협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발신해야 한다. 중국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 북한과 러시아를 뜯어 말리는 상황이 되면 북중러 협력구도에 균열이 커질 것이다. 현재로는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나아가 한미일은 군사 분야는 물론, 외교, 정보, 기술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북러조약 체결 이전보다 안보협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우리를 지원할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으므로 일본과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를 체결해 실제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한다. 일본에 한반도 재침 기회를 준다는 건 지나친 우려이다. 지금 우리국익을 침해하는 건 러시아나 북한이지 일본이 아니다. 임박한 안보 위협을 먼저 제거한 뒤 일본에 대한 대비를 하면 된다."▲미국 조야에서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궁극적으로 러시아를 확실히 견제하려면 단거리 전술핵으로는 불가능하다. 사거리가 보다 긴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면 중국 베이징뿐 아니라 모스크바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략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된다. 물론 배치한 핵무기는 한미 간 공동으로 운용하되 한국의 핵무기 사용 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 미국만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면 우리는 힘없는, 과거 소련 연방 하의 우크라이나에 불과할 수 있다. 우리가 사실상의 독자적인 핵 결정권을 가지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를 함부로 못 한다. '사드 3불'과 같은 일은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
-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템플대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몰고 갈 것"이라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에 '아이언철 돔'을 건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AP/뉴시스
▲북러조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 당선되면 더욱 우려스러울 듯하다."트럼프 당선을 재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재당선 시 트럼프는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며 북핵 문제에 관여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전술핵 보유를 인정받고,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추진잠수함 등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바랄 것이다. 전술핵은 미국에 위협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불행하게도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이번 계기에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우리가 언제까지나 미국의 '자비'에만 의존할 수 있는가. 한국이 핵을 보유해야 진정한 자주국가로서 할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다. 북러조약에 따른 동북아 안보지형 급변을 우리의 독자적인 방어능력을 확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듯 전화위복이 되게 해야 한다." -
- ▲ 지난 2015년 4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가서명식에서 박노벽 당시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일단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필요할 듯하다."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우선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굳이 우리가 독자적으로 재처리시설과 농축시설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핵폐기물도 버릴 데가 마땅치 않은데 시설을 어디에 쉽게 설치하겠는가. 자체 재처리시설을 갖기보다는 미국으로부터 사용 후 핵연료 등 핵무기 인프라를 지원받는 게 더 쉬운 옵션이다.결국 한미 간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한미협력을 우리가 확실히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미국이 어려울 때 이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미간 확고한 신뢰가 쌓인다. 이후 우리가 생존에 필요한 독자핵을 가질 수 있도록 고농축우라늄(HEU)이나 재처리 플루토늄 등 핵무기 인프라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잘 되고 신뢰가 구축되면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이고 독자 핵무장의 길도 열린다.우리가 독자적 핵능력을 구비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정치적인 문제이다. 한국이 독자적인 핵능력을 갖는 것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대외전략에도 훨씬 부합한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간 진정한 동맹으로서 확고한 신뢰만 구축된다면 독자 핵무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트럼프가 집권하면 한미 연합훈련 비용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5배까지 올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물론 국가 전체 예산을 고려하면 그렇게 큰 비용은 아니다."주한미군 주둔경비를 5배 올려주는 대신에 우리에게 필요한 핵을 갖게 해 달라고 해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아끼려다 소탐대실할 수 있다.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일본처럼 우리가 대부분 부담하더라도 (개념상) 1000조 원 이상의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핵을 갖게 되면 국익에 플러스 아닌가. 핵무기가 있으면 남북 간 핵균형이 이루어져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킬체인(선제타격 포함) 체제 구축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결국 안보비용 전체를 절감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를 '빈자(貧者)의 무기'라고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
- ▲ 차이잉원(오른쪽 네 번째) 대만 총통이 지난 2022년 8월 3일(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낸시 펠로시(가운데) 당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한 후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한미일 안보협력을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려면 우리도 유사입장국이자 동맹국으로서 대만 유사시 군사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실제로 행동하는 데는 매우 신중했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는 수준에 그친 측면이 있다."불행하게도 대만해협에서 무력분쟁이 발생한다면 주한미군이 일정 부분 지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와 가까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리전을 치르는데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야 하므로 절대 움직여선 안 된다'는 주장은 동맹국으로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월남전에서처럼 미국이 전쟁을 치르느라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거기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대만 해협에 적용하면 된다.대만해협에 평화가 유지돼야 하겠지만, 무력충돌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대만해협에서 결국 미국이 승리하는 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면 한미 간 신뢰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진정한 동맹은 어려울 때 같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한국전 당시 미군의 희생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미국이 안보위협을 겪으면 필요 시에는 전투병도 보내야 한다. 그런 신뢰가 충분히 쌓여야 미국이 우리의 핵무장을 지지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핵무장을 대만해협 충돌 이후에 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만해협의 무력충돌을 바라서도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독자적 핵능력 구비 문제가 북러조약 체결로 인해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
- ▲ 북한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정은이 지난 5월 14일 미사일 연합부대를 찾아 새로 배치할 전술미사일 무기체계를 점검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그런데 대만해협 유사시 북한이 또다시 남침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북한에는 대남 전략의 교리가 있다. 1975년도 북한의 허종호라는 인물의 명의로 쓰여진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 혁명과 조국 통일 이론』이라는 책에는 조국통일을 위한 '평화적 방도'와 '비평화적 방도'가 나온다. '평화적 방도'는 먼저 남한에 연공(聯共)정권이 들어서서 남북 간 '전략적 합의'에 따라 공산화 통일방식의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남한의 '핑크 정권'이 북한의 '레드 정권'과 야합해 고려연방을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다.'비평화적 방도'로는 ▲남한이 먼저 공격하면 북한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반격하는 '정의의 전쟁'을 통해 무력통일을 하는 것 ▲남한에서 무장 폭동이 일어나 '남한인민들의 요구에 따라' 북한이 밀고 들어오는 것 ▲미국의 힘이 분산돼 힘의 공백이 생길 때 북한이 무력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 등 세 가지(세부적으로는 5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 힘이 분산돼 한반도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 한반도에 힘의 균형이 파괴되면 대남전략의 교리에 따라 무력남침한다는 것이 북한의 변함없는 전략이다. 지금은 1975년 상황과 달리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다. 이미 김정은은 대남선제 핵공격이 가능함을 선언해 놓았다. 북한이 그들의 전략교리를 실행하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그렇다면 우리가 대만해협에 어떤 병력을 투입해야 하는가."만약 대만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는 한반도의 무력충돌로 비화할 소지가 크기에 매우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병력지원 문제는 확고한 한미동맹 하에 대만해협의 상황을 보아가며 대처해야 할 것이다. 대만해협의 안전과 평화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 ▲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개원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정치다. 미국은 자국이 지원한 핵무기가 장차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과 일본을 겨냥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국내적으로 단결이 안 되는데 어떻게 남이 거리낌 없이 우리 안보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여야 합의를 통해 한마음으로 미국에 지원을 요청해야 미국도 우리를 돕는다. 그런데 우리 일부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에 잘못해 북러조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한다. 건설적인 대안 제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가적인 안보 위기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내부가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데 미국이 어떻게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겠는가. 안보도 통일도 우리 국내적인 단합, 단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금은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이다.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 ▲ 북한군이 전선지역에서 최근 다양한 작업을 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이번 달에만 벌써 3일째, 횟수로는 4번째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이쯤 되면 '단순침범'이라고만 볼 순 없을 것 같다."북한군이 작업을 위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방호벽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기 위한 작업을 했지만 일종의 '회색지대 도발'일 수 있다. 실제로는 우리 국경선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매우 계산된 도발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양치기 소년'처럼 단순 침범을 가장해 별일 아닌 것처럼 MDL을 반복 침범함으로써 우리를 안보 무감각 상태로 빠지게 한 뒤 본격적으로 도발할 수 있다. 마치 지뢰매설 작업을 하는 것처럼 연출하고 실제로는 기습남침용 땅굴을 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북한의 땅굴기술은 유명하다. 북한이 땅굴로 수도권 북쪽의 일부까지만 들어와도 서울에 침투하기는 쉽다. 북한도 하마스처럼 재래식과 현대식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핵무기도 개발하고 있지만 땅굴과 같은 재래식 도발 수단을 포기할 리 없다. 북한의 '오물 풍선 투하'는 북한이 재래식 무기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특기는 무장간첩을 통한 후방 침투와 땅굴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이 첨단 방어벽도 하마스의 재래식 수단에 하루아침에 무력화됐다. 우리도 북한의 재래식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검은 백조식'의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이거나 '회색 코뿔소식'의 방심을 노린 테러와 도발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일부 탈북민이 후원금을 목적으로 공개적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일부 탈북민의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는 우리 안보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분들의 애국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대낮에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김정은과 김여정을 비난하는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과 야간에 비공개로 보내는 것은 다르다. 사실 접경지역, 휴전선 일대에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북한의 핵심 엘리트층이 살고 있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큰 평양지역까지 대북전단을 살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독재체제에 항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효과도 별로 없는데 북한을 자극해 오히려 도발 빌미만 주는 활동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하여 보다 고차원의 대북 심리전을 전개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
- ▲ 국가안보전락연구원장 시절이던 2015년쯤 유성옥 이사장이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연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유성옥 이사장 제공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유 이사장은 1957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진주고를 거쳐 고려대에서 영어영문학 학사와 정치외교학 석사를 거쳐 북핵 문제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2012년까지 26년 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면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제1~2차 남북정상회담' 협상 과정에 참여했고, 6자회담 정부대표로 협상에도 나섰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명박 정부 땐 심리전단장을 지냈다. 이후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경남발전연구원장,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단과 대안 원장을 지냈다. 또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합동참모본부 자문위원 등 다양한 중앙부처 위원을 역임하고. 조지워싱턴대 동아시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3년 2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