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개발 거의 완성…핵 투발수단 고도화""한미협정, 美日 수준 개정해 유사시 핵개발"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5월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5월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우리나라 안보정책은 리스크가 아니라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북한이 감히 그렇게 하겠어'라는 생각이 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분들과 우리 국민을 지배하고 있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이영철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가 2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국방외교협회(회장 권태환)가 개최한 '2024년 해외 파견무관 환송 및 주한국방무관 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북한이 목표하는 '대미(對美) 직접 억제력'을 갖추는 데 약 5년 안팎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北, 김정은 집권 20년인 2031년 앞두고 핵탄두 200기 확보"

    이 교수는 북한 김정은이 '집권 20년'을 맞는 2031년을 주목하며 북한 핵 목표의 관건은 2030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거리 5000㎞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투발수단과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향후 3~5년이면 5000㎞급 SLBM을 제작하고 최소 5년이면 소형 원자로 설계와 제작이 핵심인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며, 2030년까지 핵탄두 200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 싱크탱크들의 분석을 토대로 한 그의 전망이다. 200기는 파키스탄, 인도 등 '상대적 소국'이 핵공격을 받은 뒤 잔존 능력으로 핵보복을 할 수 있는 '제2격 능력'(second strike)을 확보할 수 있다는 최소 핵탄두 보유량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북한의 핵전략이 적의 핵공격에 대한 보복 개념으로 핵을 사용하는 소극적 전략(최소억제·확증보복·간접억제)인 '핵보유국법'(2013년)에서, '영토 완정'(한반도 공산화) 목적으로 핵전력을 보유하고 핵 선제공격도 감행다는 공세적인 '핵무력정책법'(2022년)으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북한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비핵국가'가 재래식 공격만 하거나 공격 징후만 보여도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핵무력정책법으로 선포했다. 즉, 기존에 '억제 전력'이던 핵을 '영토 완정'과 근본이익(정권·체제) 수호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공격 전력'으로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이 교수는 "영토 완정이라는 말은 핵무력정책법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김일성이 북한 정권을 창건한 그 이듬해인 1949년 1월 신년사에서 '국토 완정'이라는 용어를 13번이나 언급한 바 있다"며 "이후 1년 간 남침을 준비하고 1950년에 한국전쟁(6.25)이 일어났다. 김정은이 쓰는 영토 완정이라는 용어를 우리나라는 아직도 겁박용, 수사적 협박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많은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과 그의 친동생인 김여정의 발언을 근거로 북한의 핵전략을 '비대칭 확전 전략'으로 분석했다.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외교학부 교수(현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 대행)에 따르면, 비대칭 확전 전략은 적의 재래식 공격에도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해 보복하겠다는 전략으로, 주로 재래식 전력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상대로 채택한다.

    앞서 김정은은 2022년 4월 25일 건군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 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도 2022년 4월 5일 담화에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까지 간다면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北, 핵 어느 정도 완성 … 핵 투발수단 개발에 전력투구 중"

    한국 국방백서에 의하면, 북한은 2020년 대비 2022년에 플루토늄 보유량을 20㎏ 늘렸다. 김정은은 2022년 12월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기존 핵탄두로 미국과 협상해 하노이에서 완전히 깨졌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민간 연구소들은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30~90기, 일부 학자들은 100기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이제 핵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보고 장거리미사일, SLBM, 다탄두 미사일 등 핵을 운송하는 투발수단을 개발하는 과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했다. ⓒ국방홍보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했다. ⓒ국방홍보원
    ◆"美 핵우산, 만능보검 아냐 … 한미 원자력협정, 미일 수준으로 개정해야"

    이 교수는 한국이 의존하는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가 '만능의 보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듯이 북한 정권을 종말시킬 만한 행동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보복이 제한되는 상황으로 ▲북한이 민간인 피해 없이 군사시설만 선별해 정밀 타격할 경우 ▲핵 공중폭발에 따른 EMP(전자기파) 등 비살상 효과만 노릴 경우 ▲1차 피격 이후에도 북한의 제2격 능력이 남아있거나 미국 본토에 핵 투발을 위협할 경우 ▲미국 국민들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원치 않을 경우 등을 꼽았다.

    그는 "나토식 핵 공유나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도 결국 현재의 미국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물론 자체 핵무장은 가장 좋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미일 원자력협정을 모델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잠재적 핵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전범국인 일본은 '5대 공인 핵보유국'(P5)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보유했다. 결심만 하면 빠르게 핵개발을 할 수 있다"며 "100m 달리기라면 일본은 80m 지점에 가 있고 유사시 나머지 20m만 가면 된다. 한국은 아직 1m도 못 나갔다. 2015년 박근혜 정권 때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했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어차피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해서는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핵물질 재처리 시설 확보는 유사시 핵무장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라며 "완성된 핵무기 보유가 목표가 아닌, 일본 수준 핵 재처리 시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한미가 한국의 핵물질 재처리 능력 보유에 대한 논의를 개시하는 것만으로도 북한과 러시아, 중국이 기함할, 숨어있는 전략 카드"라고 강조했다.

    ◆"北,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추세 … 핵무장 등 '전략적 공론화'해야"

    시간이 갈수록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핵전략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는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대놓고 무시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우회적으로 용인했다. 미 대선 이후 미북 협상이 재개될 경우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으로 변질될 소지가 상존한다"며 "한미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잠재적 핵능력 구비 등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와 전략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중국의 서해 내해화와 한반도 주변 군사력 강화 현황. ⓒ김덕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예비역 해군제독) 제공
    ▲ 중국의 서해 내해화와 한반도 주변 군사력 강화 현황. ⓒ김덕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예비역 해군제독) 제공
    ◆"中, 서해 통해 한반도 유사시 직접 개입할 것"

    서해 '내해화'를 선언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이 한반도 유사시 서해를 통해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세종대왕함 초대 함장(예비역 해군제독)을 지낸 김덕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칭다오(靑島)에 북해함대 사령부, 선양(瀋陽)에 공군 북부전구사령부, 웨이팡(濰坊)시에 제80집단군 사령부 등 산둥반도에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산둥반도 끝에서 평양까지 340㎞, 서울까지 370㎞ 정도 되는데, 중국은 다양한 공중·해상수단을 이용해 한반도 유사시 서해를 통해 한반도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백령도 등 서해 도서와 제주도를 전략기지화하고 미국 항공모함을 전개시켜 유사시 중국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고, 핵잠수함을 확보해 해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 수출 물동량의 7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해 오가는데,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에너지원이나 차단되고 우리 경제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우리도 인도·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체 항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탈원전으로 인해 해외 방산시장에서 경쟁력 잃어"

    이날 토론에서는 한국 방위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국방외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오병후 창원기술정공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효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방산산업인데 현실이 상당히 암울하다"며 "탄소를 절감해야 점수를 높게 받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데, 탈원전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전을 재가동해서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공장을 돌리면 해외시장에서 탄소 관련해 고민할 문제가 반 이상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부품에 대해 자생력을 갖춘 기술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갖고 있다. 그런데 방산에 대한 규제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딛을 수가 없다"면서 "현재 방산시장의 추세가 방산 기술이전과 현지화인데, 현지화하는 기업들이 과연 대한민국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물건을 공급받겠는가.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해외 이전한 뒤 손을 털고 있는 모양새"라고 토로했다.
  • ▲ 한국국방외교협회(이사장 황동준)가 2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2024년 해외 파견무관 환송 및 주한국방무관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국방외교협회 제공
    ▲ 한국국방외교협회(이사장 황동준)가 2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2024년 해외 파견무관 환송 및 주한국방무관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국방외교협회 제공
    ◆ 軍, 올해 23개국에 25명의 해외무관 파견

    한편, 한국국방외교협회는 이날 주한국방무관포럼을 시작하기에 앞서 2024년 해외 파견무관 환송행사를 열었다. 군 당국은 7월 중 김용욱 대령(멕시코 국방무관) 등 25명의 해외 무관을 멕시코·브라질·미국·베트남·독일·이집트 등 23개국에 파견한다.

    황동준 한국국방외교협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국제안보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여러분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파견될 국가마다 근무 여건이 다르겠으나, 국방무관의 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북러 군사적 밀착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엄중하다"며 "지금이야말로 국방외교와 군사외교관인 여러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세계를 무대로 여러분의 창의적 역할을 기대하며 성원한다"고 말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축사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에게 닥친 도전들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리 우방국들과의 국방협력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하는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도 해외 파견 무관 여러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무관들에게 "세계 속의 한국을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며 "전략적 의사소통의 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인품과 역량으로 성장해 나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