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과잉금지 위배' 이 총리 주장 비판… "일선 검사들에게 충분히 압력"
  •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정부여당의 반발이 거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한 데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찰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여성만 있는 집에서 11시간 동안 이어진 압수수색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게 이 총리의 지적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총리의 발언이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자택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와 딸만 있었다는 여권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밝혀진 데다,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30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11시간이나 압수수색이 계속됐다는 건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권력 집행, 법 집행으로서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기본권 침해는 최소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만 사는 집은 압수수색 못하나"

    과잉금지 원칙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따른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발언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여성 둘만 있는 자택에서 남성인 검사들이 11시간이라는 장시간 동안 집안을 뒤지고 식사까지 배달해 먹는 것이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리의 주장과 달리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 자택에는 조 장관 아들을 비롯해 남성 변호사 2명이 입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에 참여한 검사 2명과 수사관 4명 중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은 여성이었다. 처음부터 과잉금지 원칙 위배 소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그렇게 허술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자택에 누가 있는지 다 확인하고 들어간다"면서 "변호사가 입회했다면 현장에 있으면서 문제가 있는 것을 다 지적했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아들이 없었고,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압수수색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봤다. 형사법상 절차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법적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인은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 총리의 주장대로라면 ‘집에 여자만 살면 압수수색을 못하느냐’는 문제도 발생한다"며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는데, 해당 법률에는 그런 부분들(여자만 있는 집의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항목이 없다"고 설명했다.

    "총리 발언, 또 다른 수사 개입 될 수 있어"

    이 총리의 발언이 검찰에 대한 또 다른 수사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장관은 앞서 압수수색 당시 현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신속히 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무부장관의 수사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 총리의 발언 역시 일선 검사들에게는 충분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던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이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발언들은 일선 검사에게는 압력을 넘어선 협박으로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도 "총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개별적 수사 건에 대해서 본인의 의견을 얘기하면 안 되고, 그 당시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면 더더욱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조국 수호가 검찰개혁’이라고 하는데, 범죄혐의자를 비호하는 것이 어떻게 검찰개혁이 될 수 있느냐"면서 "진정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자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이 극구 비호하려고 하는 조 장관을 엄정하게 조사하고 엄단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