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 가스필터' 등 '자동차'와 무관한 사업으로 받은 정부지원금만 26억
  • ▲ 조국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DB
    ▲ 조국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DB
    '조국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주)이 자신들의 사업과 무관한 산업소재분야 정부 지원금을 이 분야 주력업체들을 모두 제치고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에 올라온 익성의 '사업목적'은 '방음제의 제조 및 판매 등'이다. 그러나 익성은 가정용 가스 제거 필터, 고성능 에너지 저장장치, 항공 관련 부품 등 자동차부품과 무관한 사업에서 관련 전문업체보다 최대 13배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본지가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익성에 대한 지원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익성은 2014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진행한 8개 사업에서 총 51억9400만원을 지원받았다. 

    조국 수석 취임 후 정부 지원금 16억→35억으로 껑충

    이 가운데 조국 법무부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인 같은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4개 사업에서 총 35억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기 전 지원금은 16억7000만원이었다. 

    구체적인 사업분야별로는 ▲새집증후군 원인 가정용 가스 제거 필터 개발 8억1000만원 ▲저가형 범용 탄소섬유 및 공정 개발 8억8000만원 ▲저장용 탄소계 전극 소재 개발 6억8000만원 ▲초전도성 흑연섬유 제조기술 개발 11억5000만원이다. 

    그러나 이 4개 사업 중 자동차부품과 관련된 저가형 범용 탄소섬유 및 공정 개발사업을 제외한 3개 사업은 익성과 무관한 사업으로 확인됐다. 이들 3개 사업과 관련해 받은 지원금만 26억4000만원에 달한다.

    '가정용 필터'사업 지원금 절반이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으로 

    새집증후군 가스 제거용 탄소섬유 소재 개발사업의 경우 2025년까지 정부 출연금 15억원이 투입된다. 익성은 전체 지원금의 절반이 넘는 8억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반면, 흡착소재 개발 및 실내환경 개선업체인 이노필텍(주) 등 2개 업체 지원금은 각각 6000만원에 불과했다. 자동차부품업체가 전문업체보다 13배나 많은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충남대 산학협력단은 4억8000만원, 한국교통대 산학협력단은 9000만원을 받았다.

    익성은 2024년까지 14억원이 투입되는 저가형 범용 탄소섬유 개발사업에서도 절반이 넘는 6억8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신소재업체인 지오네이션(주)이 받은 5000만원의 13배다. 이밖에 축전지 제조업체인 삼신디바이스(주)는 1억원,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2억7000만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3억원을 받았다. 

    항공 관련 분야인 초전도성 흑연섬유 제조기술 개발사업에서는 익성이 전주시 출연기관인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모두 제치고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아낸 점이 눈에 띈다. 

    2017년 지원금 내역을 보면,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2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익성의 지원금은 2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KIST가 1억원, 인하대 산합렵력단이 40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익성이 4억5000만원을 받아 4억원을 받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앞서기 시작한다. KIST가 받은 지원금은 익성의 절반 수준인 2억4000만원이었다. 

    항공분야에서까지 1등…한국탄소융합기술원 4억원, KIST 3억원, 익성 5억원

    올해는 익성 5억원, 한국탄소융합기술원 4억3000만원, KIST 3억원 등으로 지원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익성은 주력분야인 저가형 범용 탄소섬유 및 공정 개발사업에서도 매년 전문기관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2018년 익성의 지원금은 1억8000만원으로, 한국섬유개발연구원 5500만원의 3배 규모였고, 2019~2020년 지원금 역시 익성 3억5000만원, 한국섬유개발원 1억원 등으로, 3배 넘는 규모로 책정됐다. 

    코링크PE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한 직후인 2017년 11월 사모펀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를 통해 2차전지업체인 더블유에프엠(WFM)을 인수했다. WFM은 인수된 지 20여 일 만에 익성의 2차전지 자회사인 아에프엠(IFM)에 110억원대 시설투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익성은 조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 된 직후인 2017년 6월 2차전지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청와대는 IFM 설립 한 달 뒤인 2017년 7월 2차전지 육성계획이 담긴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윤한홍 의원은 "익성에 대한 산업부의 예산 지원이 조국 민정수석 재임 시절 크게 늘었다"며 "또한 같은 과제에 참여한 여러 기업 중 익성이 과제 지원 예산을 가장 크게 가져갔는데, 본업이 아닌 사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의문이다. 검찰이 관련 사안을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