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국민청문회 규정 없어, 위증해도 처벌 못 해"… 헌법 '대의민주주의 원칙'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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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실상 ‘국민청문회’를 단독으로 개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조 후보자가 직접 국민 앞에서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청문회가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합법적인 청문절차가 아닌 데다, 위증해도 처벌할 수 없는 만큼 조 후보자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제대로 해명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에 명시된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조 후보자는 2일 오후 3시30분부터 국회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들을 불러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청문회 일정의 여야 합의가 결국 불발되자 조 후보자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에도 청문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단독으로 조 후보자의 국민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후보자에게 가해왔던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에 대해 밝힐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야당은 "사실상 여당 단독 국민청문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간담회 일정이 알려진 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법적인 국민청문회 운운하며 쇼 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법조계 "법에도 없는 '국민청문회'… 정치 쇼"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언급한 국민청문회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인사청문제도는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근거로 한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을 거치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6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어디에서도 '국민청문회'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법조계에서 "국민청문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법조계에서는 국민청문회가 국회법이나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합법적인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개최돼서는 안 되며,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조 후보자가 국민청문회에서 위증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우려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국민청문회는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국민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위증해도 처벌이 안 된다"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남승한 법률사무소 바로 변호사는 "여당이 하겠다는 것에 대해 명칭을 뭐라고 하든 상관은 없겠으나, 그것이 법령에서 말하는 청문회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국민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성도 없다.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면서 "국회에서 조율이 안 되니 기자들에게 검증을 떠넘기겠다고 하는 꼴인데 입법기관인 국회가 비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국민청문회가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청문회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일종의 견제장치 같은 것인데,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런데 노력도 없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국민청문회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임명 강행하려는 꼼수?결국 이번 기자간담회는 조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하려는 정부여당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공식 청문회 무산에 따른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사실상 국민청문회로 여론을 반전시켜 임명 수순으로 들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3일 해외순방 현지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2일 밤 12시까지 청와대에 청문보고서를 송부해야 한다.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열흘 이내로 기간을 재지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이 기간도 지나면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