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 격퇴 의지 담은 '서해맹산' 언급… '회전문 인사' 비판에는 침묵
  • ▲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한다)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적선현대빌딩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된다면 헌법정신 구현과 주권 수호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해맹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 '진중음(陣中吟)'에서 따온 말이다. 이 시는 충무공이 임금의 피난 소식을 접한 뒤 왜적을 무찌르겠다는 의지를 담아 쓴 것이다. 시에 나오는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라는 표현은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준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처럼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재직 시에도 '죽창가'를 공유하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결사항전 의지를 표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 향후 삶을 반추하며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며 "정책 비전도 꼼꼼히 준비해 국민들께 말씀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회전문 인사 비판' 질문에는 침묵

    조 후보자의 소감 발표 이후 "민정수석에서 법무부장관으로 바로 지명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시 구절 인용에 이유가 있나" "장관 내정은 언제, 누구에게 연락받았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모두 인사청문회에서 답을 드리겠다. 첫날이니까..."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리를 떴다. 그는 서울대생들이 꼽은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오른 사실에 대해선 현재까지 반응이 없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꾸리고 곧바로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이 열린 적선현대빌딩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 출장소에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됐다. 야권에서는 어차피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반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을 주도했다. 법무부장관 직을 수행할 경우 이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검찰총장, 26일 임명된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