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세금 어떻게 쓰겠다 설명 없이 백지수표 요구… 예결위 "추경 심사 중단" 선언
  •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종현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동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종현 기자
    22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는 조짐이다. 당초 여야는 "상임위 차원에서의 활동은 이어갈 것"이라고 했으나, 예결위가 개점휴업을 선언하며 사실상 이조차 무산됐다. 정부여당이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그 규모와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늦더라도 원칙과 절차를 지킬 것"이라며 맞섰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2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과 관련해서 대응 추경 필요성 얘기가 나오는데, 총리가 1200억을 얘기하더니 하루 뒤 여당 정책위 의장은 3000억, 이제는 7000억~8000억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어디에 쓰겠다는 건지, 저한테도 예결위원장에게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제35조는 '정부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부득이한 사유로 그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고자 하는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은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 의장은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돈을, 혈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본회의도, 예결위·외통위 등 상임위도 모두 멈춰

    22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추경 처리 등을 위한 의사일정 합의에 나섰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추경 편성과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북한 목선 관련 국정조사 추진 등을 요구한 야당의 주장을 민주당이 거부하면서다. 다만 여야는 "상임위 차원의 일들은 정상운영하겠다"고 했으나 추경을 심사중이던 예결위가 '예산안 심사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예결위 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22일 오후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 추경 증액에 대해 구체적 예산을 정확히 보고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이에 상당기간 예결위를 열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추경안 심사 전면중단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 대응 추경'을 가리키며 "백지수표"라고 지적한 뒤 "행정부가 국가 예산 사용권을 아무 통제 없이 백지수표로 쓰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더는 정부 측의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예결위 회의 소집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일위원회도 멈춰섰다. 22일 외통위는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 본회의 최종 의결을 남겨두었다. 다만 계속되는 여야 대치로 본회의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못하면서 결의안은 표류 중이다.

    역대 추경 국회 계류 최장기록은 107일

    추경은 지난 4월25일 국회에 제출됐다. 오는 8월 말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추경 국회 통과가 무산된다면 이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초유의 사태가 된다. 역대 추경이 국회에 계류된 최장기록은 DJ 정부 시절인 2000년의 '107일'이었다. 오는 8월9일이면 추경이 국회에 계류된 지 107일을 맞는다.

    민주당은 "추경 심사 중단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추경 예산안 중 일본 수출규제 대응조치 금액이 들쭉날쭉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국회 예산 심사에서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정작 본회의 의사일정 협의에 민주당이 발을 빼고 있지 않으냐"며 맞서는 모양새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예결위 소위에서는 감액심사를 마쳤는데 미세먼지 극복, 재해 극복은 없고 오로지 총선용 밖에 없어서 대부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산 심사는 공개가 원칙이고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알아야 하는데 정부가 세부내역을 국회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급해도 헌법을 지켜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